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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7.02 18:54

'지리산 일기'(37)

조회 수 94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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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저 오두막에는 누가 살까?(3)
                          (6월22일)

'내 일생 청아하고 한가하니
차 두어 말이면 족하다네

일그러진 화로 벌여 놓고
문무화(文武火) 지핀다네

다관은 오른쪽에
찻잔은 왼쪽에

오직 차 마시는 일 즐기니
무엇이 나를 유혹할소냐.'
            <범해각안 / 다구명(茶具銘)>

신흥마을에 옛날에 없던 큼지막한 콘크리트 다리가 하나 놓였다.
화개천을 가로지르고 놓인 교량이다.
화개천 너머는 '섬등'이란 공터인데 근래 통나무찻집, 민박집이 생겨났다.

섬등에도 찻길이 나있고, 그 길로 잠깐 걸어가면 작은 오두막집 한 채와 마주친다.
법공(法空)스님이 '생사를 걸고 기도 정진, 1년여에 걸쳐 풀을 베고 돌과 흙을 날라
수리, 그나마 이 정도 오두막집이 된 것이란다.

사립문 앞에는 뜻밖에도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있었다.
그 안쪽 원두막 같은 정자에 승용차를 타고온 이들이 스님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법공 스님은 급히 뛰어나와 나를 오두막집 마루로 이끌었다.
이 오두막이 '지리산 법화선원(法華禪院)'이란다.

부산의 가장 번화가였던 광복동의 '차마당'이란 꽤나 이름났던 음악찻집!
전통민속 도구와 전통음악, 전통차의 특징이 두드러진 곳이기도 했었다.
'차마당'의 젊은 미남 사장을 나는 저녁마다 만나고는 했다.
그의 찻집이 아닌, 바로 인근의 포장마차 '양산박'에서였다.

포장마차 '양산박'은 1982년 월간 '신동아(新東亞)' 넌픽션 공모 입상작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양산박에 모이는 사람들'-나는 어느날 갑자기 그 이야기를 쓰서 응모했던 것이다.
포장마차 '양산박'의 신화(?) 창조에 '차마당' 미남자도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80년대초 부산 광복동의 그 '신화'로부터 어언 20여년이 흘렀다.
이제는 부산의 포장마차가 아닌, 지리산 삼신동 오두막에서 우리는 만났다.
한 쪽은 스님이고, 한 쪽은 '별볼 일 없는' 나그네다.

[법공스님은 7년 전 걸망 하나를 메고 지리산에 들어왔다.
그이는 달마대사의 6대 제자인 6조 혜능의 정상이 모셔진 지리산 금당지 참배를 계속했다.
3년 전 이 오두막집 토굴과 인연을 맺은 스님은 석가모니 본존 석불 좌상을 모시고 수행 정진을 하던 중 천일기도 회향일을 며칠 앞둔 계미년 정초에 꾼 현몽에서 위풍이 당당한 도승이 나타나 자기 키 만한 큰 붓을 던져주면서 "이 붓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라"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한달 뒤 법공스님은 붓으로 불법을 전하는 방법은 달마도를 그리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로부터 미친듯이 달마도를 치기 시작했다...]
(법보신문 2003년 6월4일자)

이후 법보스님의 달마도는 소지하는 이에게 복을 내리는 신통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 한다.
법공스님은 그 달마도로 이 오두막을 뛰어넘으려고 하고 있다.
달마도와 함께 불법을 널리 전하고자 지리산 법화선원 대웅전 건립 및 천불조성 불사를 위한 천일기도 입재를 오는 8일(음력 6월9일)에 갖는다는 것이다.

아, 나는 그만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이 오두막 자리에 대웅전이 세워지고, 천불이 조성된단다.
이 오두막 그대로이면 안 되는가? 왜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생각이 자꾸만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일세.

아름다운 조화의 시간에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홀로 피어 있네.'
                <원당>

  • ?
    솔메 2003.07.03 11:08
    인연의 절묘함이 느껴지는 사연입니다.
    법공스님이 얻은 법력에 바탕한 신통한 '달마도'를 매개로 하여
    '오두막'을 뛰어넘어 千佛이 조성되고 거대한 禪院이 되어가는일이 눈에 보이는군요...저도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
    김현거사 2003.07.03 12:02
    千佛이라니!나도 생각이 복잡해지네요.
    茶半香初 水流花開 경지는 古佛 한 부처님이 더 어울리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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