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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8.24 18:26

'지리산 일기'(47)

조회 수 107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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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지리산 떠나는 두레네집
                        (8월15일)

8월15일, 우리 민족이 일제(日帝)로부터 해방된 날, 광복절이다.
운봉애향회의 황산(荒山)대첩제를 참관한 나는 구룡계곡(육모정)을 거쳐 구례로 향했다.
두레네집에 가야 했다.
8월25일 두레네가 이사 가는 날 열흘 앞이었다.

두레네집(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옛 토지초등학교 송정분교)에는 여름 휴가를 즐기러 온 몇 가족이 나무그늘에 앉아 한담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수목의 정지를 하지 않았는지 화단이 좀 어지러워 보였다.
얼핏얼핏 눈에 들어오는 잡초들이 주인이 곧 떠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햇다.

지난 봄철이었던가?
화개에 들렀던 길에 일부러 두레네집을 찾은 나는 뜻밖의 그림(?)에 당황했다.
두레네집 대문인 교문을 빨간색 프라이드 승용차가 바리케이드처럼 가로로 주차하여 막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앞섰다.

그 사연은 두레 아빠를 통해 곧 알게 되었다.
폐분교 임대 기간 문제로 교육청과 의견 대립이 있는 데다, 임대 문제로 학교를 돌아보겠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두레네는 이 폐분교를 자연생태학교로 만들어 자연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일 꿈을 키우고 있었다.
자연학교를 라면 끓여내듯 단기간에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 두레네집은 이미 지리산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처럼 다정한 쉼터이자 명소가 되고 있지 않은가.
지리산 여행이나 답사 팀에게 두레네집은 훌륭한 정거장이 되어 왔다.
지리산을 찾는 산악인과 산악단체들도 두레네집을 즐겨 이용하고 있다.

나는 이례적으로 두레네집을 소개하는 칼럼을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 1부 제147호(2002년 2월19일)부터 제151호(3월3일)까지 5차례에 걸쳐 썼었다.
두레네집을 알게 된 것은 2001년 가을 오용민의 지리산 사이트(http://www.ofof.net)를 통해서였다.

두레네집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선 이 집의 아들인 '두레'였다.
두레는 정신지체아, 곧 장애아라고 했다.
두레네 가족, 두레 아빠와 엄마, 동생 이레는 오직 두레를 위해 서울에서 지리산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두레는 지리산으로 온 뒤로 건강이 부쩍 좋아져 정상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한다. 지리산의 은총이 두레네 가족을 맑고 밝고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게 된 것은 두레 가족의 감동적인 '지리산 생각(글)'이었다.
지리산과 섬진강과 백운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두레네 가족이 인터넷 사이트로 들려주는 지리산 얘기(글)들은 주옥보다 더 빛나는, 감동의 압권이었다.
두레 아빠와 엄마의 글솜씨도 막상막하로 뛰어났고, 두레 동생 이레의 글솜씨도 대단했다.

두레네 가족의 글들은 손끝 재주로 쓰는 것이 아니었다.
눈으로 가슴으로 쓰는 투명한 영혼과 같은 글이었다.
나는 고백하건대, 두레네집의 글을 읽기 위해 오용민 사이트를 자주 찾게 됐고, 2002년 2월 답사팀과 함께 두레네집을 서둘러 찾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1년6개월 가량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나름대로 두레네집을 자주 찾고자 했다. 화개는 물론, 남원 시가지에 다녀올 때도 두레네집을 찾았다. 지나는 길에 들러 두레네 가족과 잠깐이라도 얘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그 두레네집이 지리산을 떠나가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두레네 가족이 지리산을 떠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만나야지!
그래서 8월15일 운봉의 황산대첩제 참관에 이어 두레네집을 찾았던 것이다.
두레와 이레, 두레 아빠와 엄마 등 가족 모두와 잠깐씩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지리산을 떠나가게 된 전후 사정은 '두레네 글방'의 글과 두레 아빠의 메일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레네 가족은 겉으로는 밝은 표정이었다.
추풍령으로 가면 안정되게 자연학교 프로그램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두레 아빠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두레네 가족에게 추풍령이란 또다른 좋은 보금자리가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추풍령에서 또 자주 만나요!"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다음 만날 날을 기약했다.
  • ?
    솔메 2003.08.25 13:24
    타의에 의해서 떠나는 두레네가
    전화위복이라는 고사와 걸맞게
    '갈바람재'- 추풍령에서는 반드시 성공하여
    꿈으로 계획하던 '자연생태학교'를 크게 이룩하기를 기원합니다...
  • ?
    두레아빠 2003.09.02 20:12
    고맙습니다. 늘 좋은 격려에도 괜시리 머리가 쭈빗해지는걸 보면 저희 자신이 더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뿐입니다. 이곳에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
    최화수 2003.09.04 10:15
    추석 전에 추풍령 이사한 곳에 들러 두레네 가족을 만나보는 것이 예의일 듯하여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았는데, 생각으로만 그쳐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짐 정리 되는대로 좋은 글로 그곳 얘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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