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10)

by 최화수 posted Mar 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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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근담(麻根潭) 할머니(1)
                  (3월17일)

마근담(麻根潭).
덕산 사리(絲里, 실골)에서 좁다랗고 완만한 골짜기가 무려 7.5㎞.
수양산과 그 자락이 오른쪽,
감투봉과 이방산이 왼쪽,
그 마지막 능선 너머는 웅석봉 사이로 딱바실골이다.

3월 둘째 주말,
마근담에서 되돌아나오다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어서 왔시우?"
말동무 잘 만나기라도 한 것일까,
할머니 이야기는 청산유수다.
디뚱디뚱 한쪽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그래도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잘도 걷는다.

"내가 한 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지유.
중풍에 걸려 넘어져시유.
하지만 지금은 펄펄 날아다녀.
여기 산은 들판이나 같으니께로...
우리집은 울진이여.
날마다 그 험한 산 펄펄 날아다니유.
왜지? 걷는 것이 최고니까!
중풍 마비... 고걸 다 물리쳐시유!"

할머니는 걷고 또 걷는다.
산길이든, 들길이든 걷고 또 걷는다.

82㎏의 중량, 중풍에 걸려 쓰러졌다.
이제는 중풍 증세를 거의 떨쳐냈다.
몸무게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할머니를 이렇게 일으켜 세워준 것이 '걷기'란다.

울진에서 마근담 아들네집에 다니러 왔다는 할머니,
할머니는 마근담에서도 틈만 나면 걷고 또 걷는다.

'접시물에 빠져 죽지!'
그런 속담이 있다.
그렇다!
'접시물에도 빠져죽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의 말이 들려왔다.

"걸어라! 걷고 또 걸어라!"
"예, 걷고 또 걸어야지요!"

아침산 1시간30분,
낮 1시간30분,
저녁 1시간....걷고 또 걷는다.
걷고 또 걷고...

아, 그렇구나,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걷고 또 걷고...
그래, 생각도 그처럼 맑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