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12)

by 최화수 posted Mar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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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근담(麻根潭) 할머니(3)
                  (3월19일)

마근담 입구에 근래 지은 반듯한 집이 한 채 있다.
공동체마을 집들과 그 모양이 사뭇 다르다.
누가 그 '좋은' 집의 주인인지 궁금했다.

"이방인(異邦人)이여!"
할머니는 '이방인'이라고 말했다.
"원래 여기 살다 객지로 떠난 사람인데,
지난해 다시 들어와시유."

마근담 토박이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어느 사이 '이방인'이 돼 있었다.

'이방인'이란 유대인들이 선민(選民)의식에서,
그들 이외의 이민족을 얕잡아 이른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공동체마을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라도 '이방인'으로 불렀다.

"나도 여러 해 전까지 이방인이어시유. 아들이 공동체
마을에 있으려니께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거시유."

할머니는 공동체마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공동체생활로 건강을 되찾은 때문이다.
중풍, 반신불수...! 그것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섰다.

할머니에겐 생식(生食)과 걷기가 신앙이나 같았다.
"이방인은 모를 거시유. 공동체가 얼마나 좋은지...!"

지리산 자락 깊숙한 골짜기 끝의 마근담,
그곳은 할머니에게 최상의 낙원이었다.

아, 마음 먹기 따라 모든 것이 정해지는 것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