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13)

by 최화수 posted Mar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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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름도 이쁜 소리당(小里堂)
                        (3월21일)

소리당(小里堂)
고마정(叩馬亭)
사륜동(絲綸洞)
마근담(麻根潭)
.....

지리산 동부관문 주변 작은 마을들이다.
덕산 초입 첫마을이 고마정이다.
동학란과 진주민란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사륜동의 '사륜(絲綸)'은 임금의 명령을 뜻한다.
고려말 녹사(錄事) 한유한(韓惟漢),
그가 바로 이곳에 은둔했다.
그를 부르는 임금의 명령이 이곳에 날아들었다.

'一片絲綸來入洞 始知名字落人間'
(일편의 임금명령이 골짜기로 들어오니
비로소 이름자가 인간세상에 떨어진 것을 알겠도다.)

그는 더 깊은 골짜기로 달아나 숨었고,
다시 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사륜동'은 그렇게 불리게 됐다.
'사륜'이 '사리(絲里)'로 바뀌었고, '실골'로 불렸다.
산림처사 남명도 이 사륜동(사리)에 귀의했던 것이다.

고마정과 사륜동 그 들목의 소리당.
화장산과 수양산 사이에 숨은 듯이 자리한다.

소리당(小里堂).
이름처럼 좁고 작은 골짜기다.
하지만 그 이름 얼마나 이쁜가.
옛날의 지리산 토담집도 있다.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란다.

소리당은 마을 입구에 이색 간판을 세워두었다.

<차 돌릴 곳이 없소. 여기서 돌아 나가시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찻길이 어린아이 낙서처럼 어지럽게 늘려 있다.
좀 과장한다면 집 하나에 도로 하나라고 할까...!

이쁜 이름의 소리당마을.
자연도 아름답게 보존되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