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14)

by 최화수 posted Mar 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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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쑥국, 된장국 끓는 집
                   (3월23일)

<차를 돌릴 곳이 없소.
여기서 돌아나가시오.>

마을 들머리 안내문!
이보다 더 멋진 것도 없으리라.

소리당이 얼마니 이뻤을까!
산새처럼!
찔레꽃처럼!
물소리처럼!
조는 듯이, 꿈꾸는 듯이
'없는 듯이' 자리한 마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이가 황칠을 해 놓은 듯...!
골짜기가 어지럽다.
산판도로, 또 산판도로...!

백운동,
소리당,
마근담,
내원골,
골짜기마다 큰집들이 새로 들어선다.

원래의 집들과는 덩치부터 다르다.
내가 잘 못 보는 것일까!?
너무 크고,
너무 요란하고,
너무 화려하다.

나의 눈에 익지 못한 탓일까!?
크고 화려한 것이 부자연스럽다.

자연과 어울리는 집,
소박하고,
수수하고,
쑥국, 된장국 냄새 나는 집!

옛 토담집...
쓰러질 듯 쓰러질 듯!
굴뚝에 흰 연기.
간헐적인 기침 소리.
쑥국, 된장국 끓는 냄새.
그런 집이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