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18)

by 최화수 posted Mar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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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여기 한번 안 넘어오능교?"(2)
                          (3월28일)

차(茶)의 성지(聖地) 화개동천.
모암마을 끽다거(喫茶去) 찻집.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주인은 없을 때가 많다.
1999년 가을, 계간지 <하동 茶文化>를 펴낸 이후
주인 강기주 시인은 늘상 바쁘다.
찻집에 한가롭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헛걸음 끝에 한번은 낯선 청년을 만났다.
머리를 식히고자 할 때 '끽다거'에 머문단다.
그가 차를 끓여 주었다.
하지만 차값이 얼마인지 모르겠단다.
또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기어이 그냥 가란다.

시인이나 찻집이나 계간지나
돈 안 되는 것은 어슷비슷한 듯했다.
하지만 그는 차인으로서의 긍지가 드세다.
지리산 시인으로서의 신명도 유별나다.
매년 6월 초순 신흥동 섬등을 밝히는
'하동 차문화 한마음 축제' 한마당!
강기주 시인의 긍지와 신명은 거기서도 넘쳐난다.

'우리 가락 좋을씨고! 남원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명창소리가
화개계곡을 깨웠고, 달빛과 별빛도 귀를 기울였다.
춤사위와 노래소리와 기타소리에 하나가 된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하동茶文化> 통권 제10호

화개천변 신흥동 섬등 행사장.
돼지 한 마리를 들여오며 축제가 시작된다.
막걸리 잔이 몇 순배 먼저 돌고...!
차인, 예술인, 주민들이 금세 일체가 된다.
신명과 흥이 어울어지는 축제의 마당,
좋은 어울림은 누구에게나 좋다.
차와 막걸리의 절묘한 앙상블처럼...!

올해도 6월에 변함없이 축제를 벌인단다.
"여기 한번 안 넘어오능교?"
그러잖아도 그는 또 축제 얘기를 꺼냈다.
최효영, 조봉문님 등 다 잘 알지 않느냐.
화개동천의 젊은 그들이 주축이란다.

"여기 한번 안 넘어오능교?"
올핸 꼭 참석하라는 그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