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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6.09 17:50

'지리산 일기'(32)

조회 수 88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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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선장터'와 '화개장터'
                            (6월7일)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애잔하고 구성진 '정선(旌善) 아리랑'이다.
강원도 첩첩산중 정선에 가면 가장 먼저 '정선 아리랑'이 떠오른다.
조선조 개국 초기 고려왕조를 섬기던 유신들이 송도에서 정선의 남면 거칠현동으로 옮겨와 은둔하면서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읊조린 것이 정선 아리랑의 시원이다.

'정선 아리랑'은 2일, 7일, 정선 5일장날마다 창극으로 만들어 정선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공연하고 있다.
정선 아리랑 기능보유자 22명이 출연하며, 정선 아리랑도 배우게 해준다.

6월7일 정선 5일장터를 찾았다. 장터 입구에서 경찰관들이 차량 주차를 돕고, '관광도우미'들이 땡볕도 마다하지 않고 장터를 찾은 외지인들을 안내한다.
이들은 또 '아리랑의 고향 정선' '정선 5일장 안내' '정선 아리랑 창극 공연' 등 홍보 책자와 팸플리트 등을 안겨준다.

정선 5일 장터에서 문득 지리산 화개장터가 생각났다.
사람이나 사물은 때로는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까이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을 멀리 떨어져서 발견할 수도 있다.

'정선 아리랑'과 견줄 수는 없지만,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래가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에
윗마을 구례사람 아랫마을 하동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정선 아리랑과 '화개장터'란 조영남의 노래는 다르다.
하지만 산골 5일장의 전통적인 모습은 비슷할 터이다.  

[하동(河東), 구례, 쌍계사(雙磎寺)의 세 갈래 길목이라 오고가는 나그네로 하여, '화개장터'엔 장날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성거리는 날이 많았다. 지리산(智異山) 들어가는 길이 고래로 허다하지만, 쌍계사 세이암(洗耳岩)의 화개협 시오리를 끼고 앉은 '화개장터'의 이름이 높았다. 경상 전라 양 도 접경이 한두 군데일리 없지만 또한 이 '화개장터'를 두고 일렀다.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火田民)들의 더덕, 도라지, 두릅, 고사리들이 화갯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아 장수들의 실, 바늘, 면경, 가위, 허리끈, 주머니끈, 족집게 골백분 들이 또한 구렛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 장수들이 김, 미역, 청각, 명태, 자반 조기, 자반 고등어들이 올라오곤 하여 산협(山峽)치고는 꽤 성한 장이 서는 것이기도 했으나, 그러나 '화개장터'의 이름은 장으로 하여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驛馬)'의 도입 부분이다.
지난날의 화개장터를 엿보게 해주는 글이다.
장터에서 사고 파는 물건들이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5일 장터는 민초들의 삶이 가장 투명하게 반영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 화개장터에 '역마'의 그 분위기가 살아있는가?
천만의 말씀! 전혀 그렇지 못하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하동군은 16억원의 돈을 들여 '현대식'(?)으로 장터 복원사업을 했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네모 반듯한 새 건물, 슈퍼마켓 같은 상점들이 들어섰다.
옛 5일 장터 분위기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정선 장터는 지난날의 그 모습, 그 분위기를 너무나 잘 보존하고 있다.
약초와 산채 등 정선 토산물이 정선의 체취처럼 넘쳐났다.
검정고무신, 새총, 설피, 짚신, 대장간 농기구, 감자떡, 메밀묵, 옥수수술 등이 있는 옛날의 그 장터 그대로다.

정선 장터의 매력은 옛날의 장터 모습을 그대로 지닌데 있다.
장터 하나라도 '가장 정선적인 것'으로 하여, 관광자원화 했다.
실제 정선 5일장을 찾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외지인들이다.

하지만 지난날의 자취마저 깡그리 내다버린 지리산 화개장터.
덩그렇게 서있는 표지석만이 옛 장터였음을 말해줄 뿐이다.

'정선 장터'에서 '화개장터의 안타까움'을 쓸쓸하게 떠올렸다.
"....."
(할 말 없음)이란 말이 옳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 ?
    솔메 2003.06.10 11:03
    김동리의 '역마'이미지가 새로이 떠오릅니다...
    "....."
    공감합니다..
  • ?
    김현거사 2004.01.01 10:37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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