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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11.27 19:18

'지리산 일기'(54)

조회 수 120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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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문수암 도봉 스님의 새 토굴(1)
                         (11월18일)

此世他世間
去來不相關
蒙恩大千界
報恩恨細澗

이 세상 저 세상
오고감을 상관치 않으나
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데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같음을 한스러워 할뿐이네.
            <청화(淸華)스님 / 임종게(臨終偈)>

來不入死關
去不出死關
天地是夢國
但惺夢中人

올 때도 죽음의 관문에 들어오지 않았고
갈 때도 죽음의 관문을 벗어나지 않았도다
천지는 꿈꾸는 집이어니
우리 모두 꿈속의 사람임을 깨달으라.
          <정대(正大)스님 / 열반송(涅槃頌)>

11월16일 일본 우시마도(牛窓)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우시마도를 다녀오는 것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승인 청화 대선사와 최고 행정승인 정대 대종사가 며칠 사이로 입적했다.
두 분 스님이 열반에 들며 남긴 열반송, 곧 임종게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 가운데 문수암(文殊庵) 도봉(道峰) 스님이 우리집에 발걸음 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18일 오후에 도착하여 하룻밤 묵는단다.
그러고보니, 상당 기간 문수암을 찾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리 삼정산, 해발 1,000미터의 문수암.
양정부락~영원사~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도마부락을 잇는 산길은 얼마나 정겨운가.
하지만 나는 지난 초파일에 찾은 이후 여름과 가을철을 그냥 넘겨버렸다.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무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거꾸로 도봉 스님이 우리집에 찾아오게 하다니, 나는 그저 민망하고 송구스럽기만 했다.

지리산 저 높은 문수암 토굴에서 홀로 20여년을 수행정진을 해오고 있는 도봉 스님!
지난해 열반한 혜암 종정의 수좌로 스승이 열어놓은 토굴에서 오로지 끝없는 수행정진이요, 또 수행정진이다.
문수암 토굴뿐이랴, 전국 선방 하안거 동안거를 빠뜨리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평생에 걸쳐 속좁은 마음 하나 비우지 못 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인가, 스님을 뵙는 것마저 점점 더 부끄럽게만 생각되었다.

도봉 스님은 아주 '반가운 소식'을 갖고 우리집을 찾았다.
"내년 여름이면 문수암에서 아주 내려오게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예, 토굴을 낼 땅을 구했어요. 청학동 입구 청암 골짜기인데..."
"예에...!!"

나는 저으기 놀랐다. 그러면서도 아주 기뻤다.
도봉 스님이 문수암을 떠나기로 작정한 것은 두어 해 전부터다.
문수암보다 낮은 곳의 새 토굴로 옮기고 싶어했다. 더 연로하기 전에 추위가 좀 덜한 곳으로 옮겨가야 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도봉 스님의 새 토굴 문제는 나에게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숙제였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것일뿐, 실제로는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스님 스스로 그 숙제를 풀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지만 나는 아무 일도 못한 심한 자책감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도봉 스님은 어떻게 새 토굴을 낼 땅을 구한 것일까?
글쎄, 정말 궁금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없는 스님.
그 스님이 어떻게 땅을 구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것이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 ?
    허허바다 2003.11.28 15:33
    스님분들.. 특히 끝없이 용맹정진하시는 분들..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어렴풋이 간접적으로 느껴 봤던 그 절대 고독.. 정말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다 떨쳐 버리고 싶은 마음.. 돌아서서 다시 애써 외면하고 숨기는 이 마음..
  • ?
    솔메 2003.12.01 15:49
    작년 초파일에 있은 사암답사때 뵈었던 도봉스님께서 청암골로 내려오신다는것은 '지리산의 뉴우스'이군요.
    더 깊은 소식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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