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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꿈꾸다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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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정착한 목통마을은 언제나 조용하고 인정이 넘치는 고향마을처럼 생각됐습니다. 아니, 나의 고향보다 모든 것이 더 좋았지요. 울울창창한 산릉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그렇고, 무엇보다 맑고 깨끗한 계류가 넉넉하게 흘러내렸어요. 목통계곡은 웅대하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하여 친근감까지 느껴졌답니다.

목통마을은 쌍계사에서 4㎞ 더 안쪽인 신흥마을에서 칠불사 방향으로 3.5㎞나 골짜기를 더 따라 들어간 곳에 자리하지요. 신흥마을에서 2.5㎞ 지점, 도로가 나뉘어지는 곳을 '수각'이라 하는데,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난 길이 칠불사로 오르는 길이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장 바로 뻗은 길이 목통 가는 길입니다.

행정구역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목통(木桶)입니다. 당시 안내표지판이나 일부 지도에는 목동(木洞)으로 써놓기도 했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목통'이 맞는 이름이라고 했어요. 이곳에 '어름'이란 열매가 많았는데, 옛 사람들은 '먹탕'이라 불렀고, 그것이 변하여 '목통'이란 마을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 것입니다.

목통마을 뒤는 토끼봉에서 칠불사로 흘러내린 능선, 서쪽은 삼도봉에서 흘러내린 불무장등이 마을 코앞에 당재를 만들어놓고 다시 황장산으로 치켜오릅니다. 그 사이로 연동계곡이 흘러와 마을 앞을 반원형으로 감돌아 흐르지요. 당재로 오르는 길목에는 물레방아와 아치형 나무다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변은 온통 산지 전답이 제법 넓게, 또 층층이 개간돼 있었지요. 마을 세대수에 비해 농지가 많고 땅이 비옥한데다 물 걱정도 없더군요. 여기다 고로쇠 수액과 토봉, 그리고 약초 채취 등을 하는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을 만도 했습니다. 천혜의 이런 환경이 폐인이 되어 찾아든 선배를 일으켜 세운 것이지요.

목통마을과 이 마을에 정착한 선배 일가에 감동한 나는 이들의 지리산 이야기를 '우리들의 산' 산악회지에 소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들의 산' 회원 100여명이 두 대의 대절버스를 타고 목통의 선배 집을 방문하기도 했지요. 산악회원들은 선배의 집을 찾아간 기념으로 모두 토봉 꿀을 구입하기도 했답니다.

심장판막증을 앓던 선배의 막내딸이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자 병원에서 아주 수술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들의 산' 회원들이 또 이 아이를 위한 성금 모금에 나섰지요. 그 때 모은 돈이 얼마였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 기백만원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쾌유를 빌었지요.

부산에 있는 큰 출판사의 하나인 도서출판 '지평'의 황성일 대표는 선배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며 동화책 등을 승용차에 가득 싣고 목통마을을 찾았습니다. 하필이면 장마 뒤여서 목통으로 오르는 비포장길이 엉망이었습니다. 당시로선 꽤 고급차였던 그이의 프린스 승용차 밑바닥이 아주 엉망으로 망가졌답니다.

이런 가운데 나는 쌍계사 앞의 용강마을과 목압마을, 그리고 신흥과 단천마을, 의신마을 등으로 슬금슬금 집을 보러다니기 시작했지요. 주인이 도회지로 떠나가고 빈집인 채 폐가로 버려져 있는 것도 더러 보였습니다. 이웃에게 "팔집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와서 살면 돼!"하는 농담같은 대답도 들었지요.

그런데 88년 봄, 목통마을 선배가 나에게 뜻밖의 제의를 해왔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목통마을 집을 나더러 사라는 것이었어요. 선배는 바로 옆 범왕마을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얼마면 될까요?" "대지만도 500평이니 500만원이면 좋겠구만!" 500만원이면 나도 지리산에 오두막 한 채를 갖는다!?

목통마을의 제일 끝집, 계곡과 가까운 양지바른 곳에 500평의 드넓은 부지를 지닌 오두막! 나는 그 집에서 살면서 지리산 생활을 시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매일 아침 아기자기한 목통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며 청정한 지리산 공기를 한껏 들이켜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주체 못 할 듯했답니다.

하지만, 500평의 부지를 나 혼자 가지기에는 너무 넓지가 않은가? 목통마을 주변의 지리산 전체가 정원이고 후원인데 굳이 그 넓은 터를 독점할 필요는 없을 듯했습니다. 선배의 집을 '나의 오두막'이 아니라 '우리들의 산' 가족들이 함께 사용하는 '모두의 산장'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 당시 '우리들의 산'은 내가 '산악회 아닌 산악회'의 독특한 형태로 이끌면서 매월 160쪽 안쪽의 <우리들의 산> 책자를 3,000~5,000부씩 펴내 무료로 배포, 화제가 되고 있었지요. 나는 나 개인의 오두막을 갖기보다 '우리들의 산' 가족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지리산 전진기지(?)'로 삼고자 한 것입니다.

나의 이 뜻은 '우리들의 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우리들의 산 지리산 오두막' 마련을 위한 모금 공고가 책자에 실리자 성금이 속속 답지했답니다. 그런 가운데 가까운 한 친구가 당장 나더러 함께 목통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이는 목통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500만원을 줄 테니, 코묻은 돈 모두 돌려주거라! 2만원, 3만원 내놓고 나중에 이런 저런 간섭하면 골치 아프잖냐!" "그 집 네가 살 테냐?" "아니, 내가 사서 기증할 테니, 이 사실만 끝까지 비밀로 해주게!" 얼씨구, 이게 웬 떡이냐!? 지화자 좋다! 친구는 당장 계약금을 걸라며 차 안에서 대뜸 300만원을 건네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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