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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꿈꾸다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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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담하고 있습니까?" 목통마을 선배가 주택매매계약을 파기하자고 말하는 것에 나도 친구도 어이가 없었지요. 매매대금 5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계약금으로 걸었고, 잔금 200만원을 치르려고 하자 계약 파기라니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하지만 선배는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농담이 아니오."

선배의 표정으로 보아 농담이 아닌 것이 분명했지요. 나의 친구가 벌컥 화를 냈습니다. "이 보시오, 무슨 장난도 아니고! 계약금까지 받아놓고 이제와서 집을 못 팔겠다니, 도대체 그 까닭이 뭡니까? 어디 말 한번 해보시오!" "나는 집을 팔고 싶지요. 그런데 갑자기 집을 팔아선 안 될 이유가 생겼으니 어쩝니까!"

선배는 처음부터 시선을 건너편 산으로 꽂아두고 있었어요. 우리 얼굴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친구가 또 버럭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갑자기 이유가 생겼다구요? 도대체 집을 팔 수 없게 된 그 이유 한번 들어봅시다." "내가 이 집을 팔면 '우리들 산' 산악회 회원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얻어먹게 될 것이오."

선배는 '우리들의 산' 회원들에게 욕을 얻어먹게 될 것이므로 집을 못 팔겠다고 했습니다. 선배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로 내세운 바로 그 까닭이 나에게는 너무나 황당하게 들렸지요. 아니 '우리들의 산' 지리산 전진 캠프를 위해 집을 사는데, 누가 무엇이 배가 아파 시비를 걸어온다는 말일까요?

"누가 무슨 욕을 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시오." 나의 친구는 납득할만한 증거를 대보라고 다그쳤죠. 하지만 선배는 여전히 먼 산에 시선을 던져둔 채 아주 헛소리같은 말을 되풀이했어요. "그런 내용이야 밝힐 수 없지요. 하지만 산악회원들에게 내가 욕먹게 되므로 이 집 매매계약은 파기할 수밖에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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