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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꿈꾸다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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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 가구가 사는 목통마을은 아주 아늑하고, 무엇보다 너무 조용합니다. 겹겹의 산 속에 숨겨져 있었으니 마치 딴 세계와 같았지요. 집들은 모두 오래 되고 낡은 땅집들인데 잠사(蠶舍)만 덩그라니 큰 덩치로 서 있어 그로테스크하기도 했지요.

선배의 집은 계곡 쪽 끝집이었습니다. 작고 볼품없는 전형적인 산간 오두막이었어요. 하지만 마당에 집채보다 더 큰 바위가 있고, 꿀벌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어 정겨운 느낌이 앞서더군요. 더구나 그 앞쪽에 무슨 축복마냥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선배는 나를 보자 인삿말 대신 히죽이 웃기부터 했어요. 그이로부터 무슨 말을 듣지 않아도 한 눈에 짐작되는 게 있었습니다. 술에 절여 언제나 푸석푸석하던 얼굴에 건강미가 넘치고, 과체중으로 불편하게 보이던 몸도 아주 단단하게 달라져 보이더군요.

"지리산에 와서 일 많이 한 것 같네요? 건강하게 보여 좋습니다."
"허어, 지게 지고 저 친구 따라 산에 갔다가 몇 번이나 고꾸라졌구만!"

나에게 선배 집을 안내한 청년이 어느 사이 막걸리통과 두부를 들고 왔습니다. 마을 청년과 주민들도 몰려왔어요. 이 마을 주민은 모두 일가친척으로 한 집 손님이 마을 전체의 손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찾아든 선배도 주민들은 일가친척처럼 여긴다나요.

그것이 선배에게는 큰 복이었습니다. 정말 인심 좋고 심성이 착한 사람들만 사는 좋은 마을에 찾아들었으니까. 그런데 부산 동래온천의 천하한량이었던 선배가 어찌하여 용케도 지리산중의 이 깊은 마을에 찾아들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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