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오두막 한 채를 꿈꾸다(16)

by 최화수 posted Sep 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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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오두막 꿈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듯하여 나는 하늘로 붕 떠오르는 듯 했어요. 그 오두막은 '우리들의 산' 회원들의 지리산 전진 캠프로 삼기로 했지요. 또한 나에게도 지리산 삶을 앞당겨줄 것으로 믿었지요. 그 오두막 하나가 나의 지리산 삶의 뿌리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때마침 사업운이 따라 돈을 잘 버는 친구가 호의를 베풀어주니 복이 터진 셈이었지요. 친구는 목통마을로 가는 차 안에서 잔금 치를 돈을 나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산악회원들을 수용하려면 따로 산장 한 동을 더 지어야 할 거야. 2단으로 침상을 놓으면 단체로 몰려오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잖겠어."

친구 덕분에 나는 감나무 아래 누워 입만 벌리고 있어도 될 판이었지요. 88년 당시 화개동천은 도로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화개장터~쌍계사는 포장이 돼 있었지만, 쌍계사 위쪽은 왕복 1차선 비포장 산판도로였지요. 이 도로를 2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느라 쌍계사를 지나고부터는 굉음이 요란했어요.

"화개동천이 천지개벽을 할 모양이로군!" 친구는 도로 공사를 지켜보며 지리산의 변화를 실감하는 듯했습니다. 그는 신흥마을까지라도 도로가 확장, 포장되면 목통마을에 드나들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며 기대를 하더군요. 자연 파괴는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오두막을 찾기가 편리해질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목통마을에 닿은 우리는 선배에게 오두막 구입 잔금을 치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선배는 두 손을 내저으며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하,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하나? 최형, 집을 팔 수 없게 됐어요." "아니, 뭐라구요?" "집 매매 건은 없던 일로 합시다." 아니, 이럴 수도 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