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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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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봉명산방 그리고 왕증장(4)

왕증장으로 오르는 길은 호젓한 자연세계만 있었다.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혼자 떨어져 걷고 있는 동안, 나의 오늘 '지리산 재입성(?)'이 10여년 전 어느날 무턱대고 지리산으로 찾아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주었다. 나는 왕시루봉 왕증장 함태식 선생을 만나러 가면서 불일평전 봉명산방 변규화 선생을 만나러 가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1980년 겨울 어느날, 불일폭포로 오르던 나는 사실 변규화 선생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 때의 그와의 첫 만남을 나는 졸저 <달 따러 가자>에 '청산별곡(靑山別曲)'이란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그 해 겨울, 그 날도 나는 토요일 오후에 배낭을 메고 혼자 집을 나섰다" 나는 언론통폐합의 아픔을 안고 지리산으로 갔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당시 나는 주말마다 홀로 배낭을 메고 어디든지 먼 곳으로 떠나가 잔뜩 헤매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그 시절엔 정말 어쩌면 춥기도 그렇게 춥고, 바람도 그렇게 사납게 몰아치고, 하늘마저 음산한 날이 그처럼 많았는지 모르겠다. 그 날 역시 시외버스에 오른 뒤에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실제로 그 때는 주말마다 목적도 없이, 두서도 없이, 아무 곳이나 배낭 하나만 메고 훌쩍 떠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날만은 내게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쌍계사 위의 불일폭포 깊은 골에 어떤 중년 부부가 속세를 등지고 '산속의 적요'처럼 적막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었다. 나는 그를 찾아나선 것이다.

불일폭포로 가는 길목의 쌍계별장에도 들러 몇 해 전의 그 따뜻한 방과 훈훈한 인정도 다시 접해보고 싶었다. 쌍계별장의 주인할머니는 내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 장작불로 방구들을 데워주고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주었던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얼음장처럼 싸늘해져 가던 내 가슴은 그 때 그 따뜻한 할머니의 정다움이 그립기만 했던 것이었다.

그 무엇보다 지리산 깊은 산속에서 이 풍진 속세와 등지고 산다는 중년 부부가 웬지 만나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의 말로는, 그들 부부가 말씨나 행동으로 보아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인데다 자신들의 깊은 얘기를 끝까지 들려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 중년 부부를 만나서 어떤 마음의 결단을 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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