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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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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봉명산방 그리고 왕증장(12)

"소리가 싫어요. 기계 소리는 특히 질색입니다. 등산하는 놈들이 무슨 기타며 카세트 라디오를 둘쳐메고 오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요!" 함 선생은 노고단에서 야영하는 젊은이들이 취침시간에 노래를 부르거나 카세트 라디오 소리를 내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좋아하던 술도 끊고 산장에서 팔던 소주도 없애버렸다.

노고단의 질서를 위해 함 선생 스스로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였다. 노고단에 장명등을 밝히고 인명구조와 자연보존에만 신명을 바쳐오기 16년, 노고단을 한번이라도 올랐던 사람들에게는 노고단의 파수꾼으로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던 털보 함태식 선생...하지만 그렇게 신명을 바친 그 노고단에서 그이는 어쩔수없이 떼밀려 나와야만 했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성삼재 관광도로가 개설되고 노고단에 3층의 현대식 콘크리트 '노고산장'이 새로 지어진 것과 함께 그가 16년간 지켜왔던 기존의 단층 건물 '노고단산장'은 폐쇄가 된 것이다. 함 선생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의해 노고단에서 밀려나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피아골계곡 깊은 곳의 저 피아골대피소로 옮겨가야만 했었다.

함 선생은 피아골로 옮겨온 이후 한때 노고단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 등으로 몹시 괴로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었다. 어떤 날은 술을 너무 마셔 찾아간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이는 차츰차츰 피아골에서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런 어느날 그이는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피아골에서 종적을 감춘 함 선생은 뜻밖에도 왕시루봉의 외국인선교사 수양관 관리동을 지키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는 이광전님으로부터 전해듣고 그이를 찾아보게 된 것이다. 함 선생이 피아골에서보다 건강도 좋고,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자연에 안겨 지내는 것도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노고단의 그이는 이미 아니었다.

우리들이 마지막 뒷모습을 아주 감출 때까지 함 선생은 그 자리, 그 곳에서 장승처럼 서 있었다. 마치 도회지로 유학을 떠나보낸 아들을 환송하는 시골의 아버지와 같았다. 그도, 우리들도 그 때부터 시야는 서로 완전히 가려졌지만, 그의 마음에도, 우리들의 마음에도 서로의 모습은 더욱 또렷하게, 생생하게 비춰지고 있는 것이었다.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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