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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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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감나무 잎들의 연초록 퍼레이드

초여름 지리산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눈부시게 비춰지는가? 물론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제마다 생각이 다르고 시각이 다른 때문에 두 눈에 비치는 것도, 가슴에 닿는 감동도 다를 수가 있다. 나의 경우는 마을과 산비탈을 뒤덮고 있는 감나무 잎들의 연초록 빛깔이 가장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다.

80년대 초반 어느 해 6월 초순이었다. 나는 부산의 구덕산악회를 따라 청학동을 처음으로 찾게 되었다. 당시에는 진주~하동을 잇는 19번 국도가 포장이 되지 않아 부산에서 청학동에 이르는 길은 너무나 멀고 험했었다. 특히 횡천~청학동은 대절버스를 운행하는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노폭이 좁고 위험한 산판도로였다.

부산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한 대절버스가 오후 1시가 지나서야 겨우 청학동에 닿았다. 그러니 대절버스에 실려 있는 시간이 한없이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구덕산악회는 당시 부산의 유명 인사였던 장두석(章斗石)님이 회장으로, 그이는 버스 안에서 강의를 하고는 했다. 그 명강의마저 지루한 시간을 달래주지는 못 했다.

그런데 대절버스가 횡천에서 청암 쪽으로 협곡을 따라 달려가면서 나는 눈부신 녹색의 일대 퍼레이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산기슭에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을 감나무 잎의 녹색이 뒤덮고 있는 것이었다. 초가지붕만이 아니었다. 산비탈의 감나무들도 연록의 색채를 마치 우산을 쓰고 있는 듯이 상큼하게 펼쳐놓고 있었다.

감나무 잎들의 연록색이 그처럼 청초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연록의 색들은 주위 다른 나무들의 짙은 녹색과 대비되어 더욱 맑고 깨끗하게 보였다. 마치 감나무 잎새들이 지리산의 순수를 노래하듯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감나무 잎들의 그 녹색 대열은 협곡을 따라 간단없이, 자꾸만 되풀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무려 5시간을 버스에서 흔들렸던 무료함을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는 감나무의 잎들이었다. 그 무렵에는 '삼신봉 청학동' 산행을 한다고 공표를 했으면서도 청학동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일정을 끝냈다. 산행은 생각도 않고 귀로에 오르게 했다. 하지만 연록색 감나무 잎의 감동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올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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