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93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31> 와운마을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3)

삼복 염천에 마당 한편에 걸어놓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는 젊고 아름다운 부인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숨을 쉬듯이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버는 일이라지만, 그 일이 지치고 짜증이 날 법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는 친절과 미소를 상냥하게 떠올리는 것을 천성적으로 타고 난 듯했다.

그늘이 드리운 마당 한편의 평상에는 마산에서 왔다는 중년신사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정력이 어떻고 저떻고 하며 집안의 사람들은 다 들어보라는 듯이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불과 얼마 전에 영화 촬영진들이 이 작은 집에서 한바탕 분탕을 떨고 가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넘쳤다.

"이거 꿀차인디요. 땀 흘린데 좋을 것이라우!" 그녀는 어느 사이 쟁반에 꿀차 두 잔을 받쳐 나왔다. 나와 일행은 그녀의 친절을 더 거절할 수가 없었다. "민박 하면 식사도 되나요?" 일행인 사진기자가 물었다. "예, 우리 집에 방이 없으면 옆집을 소개해 드리겠시유. 언제라도 편안하게 걸음하시라구요." 그녀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집 한쪽 구석에 있는 괘짝같은 시설물이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다. 아마 뱀을 넣어두는 것인 듯했다. 나는 가마솥과 그 음침한 시설물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뱀을 끔찍이도 두려워하는 나는 자꾸만 주위로 시선이 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뱀이 기어나오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이 스물스물 엄습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젊은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와운마을을 찾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아무 것도 사먹지 않는 우리에게 연방 미소와 친절을 베풀어주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는 뱀탕의 공포를 더 이상 감내할 수가 없었다. 꿀차를 마시기가 바쁘게 머뭇거리는 일행을 독촉하여 자리를 떨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와 인사를 하고 헤어진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녀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수소문을 하여 그 먼 곳에서 시외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우째 알고 보이꺼네 그냥 있을 수가 없구만이랑. 인사를 해야 꼭 쓰겄는디요." 그녀 목소리가 전화통에서 춤을 추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 최화수 2002.09.08 4349
9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2) 최화수 2002.09.08 2744
9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3) 최화수 2002.09.08 2501
9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0) 최화수 2002.09.08 2267
9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 최화수 2002.09.08 2039
9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 최화수 2002.09.08 2020
9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 최화수 2002.09.08 2010
9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8) 최화수 2002.09.08 1995
9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 최화수 2002.09.08 1935
9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7) 최화수 2002.09.08 1851
9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1) 최화수 2002.09.08 1739
8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2) 최화수 2002.09.08 1495
8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3) 최화수 2002.09.08 1375
8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4) 최화수 2002.09.08 1358
8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6) 최화수 2002.09.08 1292
8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20) 최화수 2002.09.08 1284
8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5) 최화수 2002.09.08 1279
8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7) 최화수 2002.09.08 1267
8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9) 최화수 2002.09.08 1251
8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8) 최화수 2002.09.08 12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