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송이버섯의 엄청난 잔치(3)

우리가 흔히들 부르고 있는 '덕산(德山)'은 산청군 시천면 면소재지로 원리, 사리 등을 합쳐서 일컫고 있다. 이태의 <남부군>에는 이곳 덕산에서의 전투가 치열하게 묘사돼 있다. 수비대가 강력한 보루를 만들어두고 완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막강 남부군도 이곳을 침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하기는 덕산이 어떤 땅인가!

덕산은 무엇보다 산림처사 남명(南冥) 조식(曺植)선생이 회갑을 맞이한 나이에 이곳에 들어와 산천재(山天齋)를 열고 후학을 기른 곳이다. 남명은 경(敬)과 의(義)를 으뜸으로 내세웠는데, 제자들에게도 칼을 들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곽재우(郭再佑) 같은 의병대장도 배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덕산에는 덕천서원이 세워져 있다.

덕산의 주민들은 현재 소득이 진주시민보다 더 높다고 한다. 지금도 5일장이 자그마하게 서고 있지만, 이 작은 면소재지에 다방이며 노래방이며 나이트클럽 등 없는 것이 없다. 덕산 사람들이 일찍이 면단위 주민으로는 최초로 두류산악회를 만들어 천왕봉에서 '천왕제'를 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의 대단한 면모를 거기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두류산악회를 이어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천왕봉 성모석상 복귀운동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등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가끔 개인적으로 이곳 청년들과 단편적인 얘기를 나눈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청년들마다 최고의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집합을 시킨 셈이 됐으니, 비록 내가 시킨 일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덕산 청년들은 즐겁고 유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은 굳이 송이버섯 뿐만아니라 철따라 지역의 특별한 별미를 함께 나누며 서로의 우의를 다진다고 했다.지리산 청년들에게는 역시 그들 나름의 즐겁고 호탕한 잔치마당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덕산의 청년들 덕분에 나는 비싼 송이버섯을 한껏 포식할 수 있었다.

그 다음다음 해였다. 회사 간부들과 천왕봉을 찾게 됐는데 덕산에서 하룻밤 묵었다. 나는 주성호님에게 예의 그 송이버섯을 부탁했다. 그런데 송이는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철딱서니 없는 나의 부탁으로 10여명이 먹을 송이를 구하느라 주성호님이 홍역을 치렀다. 나는 그 잘못을 훨씬 이후에야 겨우 깨달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