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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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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청학동에 처음으로 찾아가다(1)

내가 이른바 '청학동(靑鶴洞)', 정확하게는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학동을 처음 찾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1년 전인 1981년 초여름이었다. 당시 부산에서 꽤나 유명했던 장두석(章斗石) 회장이 이끄는 구덕(九德)산악회의 지리산 안내산행에 1일회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산행보다 '청학동'에 간다니까 호기심에 따라나선 것이었다.

당시 부산의 안내산행단체들은 당일 산행을 떠날 때 부산역광장에서 아침 8시에 출발했다. 거리가 멀든 가깝든 일일산행객들은 배낭을 둘러메고 8시까지 부산역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역광장에는 각 안내산행단체의 플래카드를 내건 대절버스 수십대가 회원을 태우고자 겹겹이 포진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산악회 집행진이 포진하고 있었다.

당시 대절버스는 37인승인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크고 성능 좋은 버스가 아니었다. 도로 사정은 또 어떠했던가? 남해안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이었다. 말이 고속도로지 앞에서 화물트럭이 꾸물거리고 있어도 추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일요일 아침에는 나들이 떠나는 차량들이 뒤섞여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산~하동읍에 닿는데 벌써 정오가 지나갔다. 부산에서 하동읍까지 4시간이면 그래도 빨리 간 셈이었다. 그런데 하동읍에서 횡천까지는 국도였지만, 당시는 비포장도로로 좁고 험하기만 했다. 지금은 금세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그 때는 버스가 기우뚱거리며 벌벌 기어갔다. 그런데 정말 좁고 험한 길은 그 횡천에서 청학동까지 이어졌다.

횡천~청암면 소재지는 왕복 1차선이기는 해도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청암면 소재지를 지나고부터 버스는 곡예운전을 하다시피 했는데, 차창 안으로 산골마을의 초가지붕 일부가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아침 8시에 부산을 출발한 대절버스가 청학동 입구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가 지나서였다. 6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시달린 뒤였다.

우리들 일행은 한결같이 등산복 차림에 등산모자며 배낭까지 둘러메고 있었지만, 고작 청학동에 들러보고, 마을 옆 숲속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었다. 뒤에 올려다 보이는 것이 삼신봉이면 무엇하랴. 청학동 댕기머리 총각과 기념사진 한번 찍은 이는 그래도 다행이지만, 나는 고작 도시락 까먹은 기억 하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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