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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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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토담집(1)

불일평전 변규화님이 아들 변성호씨 내외와 손주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목압마을에 토담집을 손수 지었다. 아담한 크기의 소박한 집이지만, 흙과 볏짚과 돌 등을 차곡차곡 쌓아 짓는 집이어서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변규화님은 우리의 전통가옥의 장점을 높이 사서 아들 가족에게 좋은 집을 선물하기 위해 손수 그 일을 다 해낸 것이다.

90년대 들어 지리산 곳곳에 하루가 다르게 집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산간 벽촌의 귀틀집들을 헐고 블록 양옥집을 새로 짓는가 하면, 하천부지로 버려져 있던 곳이 멋지고 화려한 별장이 되거나, 모텔이나 요란한 식당으로 둔갑을 했다. 지리산의 상전벽해, 그것은 지난 70년대 이래 지리산을 드나든 이들에겐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변화였다.

지리산에 새로 들어서는 집들은 한결같이 현대식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벽을 세우고 그 바깥쪽에 장식용 벽돌을 붙이는 식이다. 산중마을의 귀틀집들이 이른바 '민박집'으로 거듭나기 위해 금융기관의 융자를 받아 슬라브 지붕의 양옥으로 변신하고는 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서는 것들 가운데 지리산의 정취와 어울리는 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국사암 사하촌의 목압마을에 작지만 이쁘게 짓고 있는 변규화님의 토담집은 다른 집들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변규화님이 불일평전 오두막을 짓고 헐고 하며 나름대로 터득한 지식으로 황토흙과 볏짚과 돌을 섞어 토담을 한겹 한겹 쌓아나갔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랜 기간 오로지 변규화님 혼자의 손으로 그 일을 지성으로 해낸 것이다.

변규화님의 아들 성호씨는 불일평전에서 광주에서 놀러왔던 여대생과 인연을 맺어 화촉을 올린 뒤 '불일평전 2세'를 다짐하며 아버지와 같은 오두막에 살았다. 하지만 변규화님은 손주들이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목압마을로 내려가 살 것을 권유했다. 아니 손주들의 교육과 아들 내외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위해 손수 토담을 한뼘한뼘 쌓았다.

마침내 그 집이 완공되어 집들이를 한다고 알려왔다. 축하를 위해 찾아갔더니 새집 주인 변성호씨 내외의 기쁨과 행복이 꿈결처럼 흘러넘쳤다. 지리산 아버지가 지리산 아들에게 선물한 지리산의 아름다운 토담집, 나는 그보다 아름다운 집을 보지 못했다. 그 이쁜 토담집은 또한 나의 '지리산 오두막 한 채'의 꿈에 불길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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