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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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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지리산의 저주를 예고(?)하다

"저러고도 저주를 받지 않을 수 있나!?" 중산리에 국민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한다며 어느날부터 중장비들이 들이닥쳐 요란한 굉음을 토해냈다. 국민관광휴양단지란 나의 상식을 뒤집어엎는 것으로 놀랄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산리는 관광휴양단지와는 어울리지가 않고, 협곡과 다랑이 논밭을 어찌 깔아뭉개겠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남도와 산청군의 계획은 원대한 것이었다. 지난 90년 11월 29만7천㎥(약 9만평)의 부지에 191억원의 예산을 들여 숙박 상가 휴양 문화 등 6개 시설지구를 갖추기로 하고 대규모 관광휴양단지 조성에 착수했다. 그 1차로 공공투자비 91억원을 들여 차량 3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과 진입도로, 잔디광장, 야영장 등 기본공사를 마무리했다.

중산리 협곡과 다랑이 논밭은 바위와 바위의 천국이다. 그 비탈의 엄청난 바위와 돌더미를 어떻게 밀어낸다는 것인가? "지신(地神)이나 산신(山神)의 저주를 받을 일이다!" 중장비들이 투입된 그 날부터 요란한 기계음과 매캐한 기름 냄새에 사람들은 코를 싸맸다. 나는 무지막지한 중장비들을 바라보며 "저주를 받을 것이다" 라고 구시렁거리곤 했다.

당시 나는 중산리 버스정류소 바로 옆에 있는 휴게실식당에 자주 들렀다. 식당 주인 홍성도 내외분은 누구보다 다정다감했다. 그보다 마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들어온 홍성도씨의 날카로운 지성이 좋았다. 나는 그이로부터 천왕봉의 성모석상이 천왕사로 흘러든 연유와 주지 혜범스님을 직접 만나 그 과정의 뒷얘기를 소상하게 들을 수도 있었다.

"오늘은 어찌 중장비들의 굉음이 나지 않네요." 나는 중장비 소리가 들리지 않아 홍성도님과 오랜만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리산 자락을 이렇게 마구 파헤치는데...고사를 지내지 않아도 되나요?" 나는 물론 미신을 믿거나 고사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산리계곡 일대를 마구 파헤쳤으니 지신이나 산신이 노여워할 것만 같았다.

"그래요, 고사를 지내려고 공사를 중단시킨 거요." 홍성도님의 얘기에 나는 너무 놀랐다. 지리산 자락을 마구 파헤치게 했던 현장소장이 엊그제 진주에서 중산리로 들어오는 국도에서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것이다. "아이쿠, 이게 아니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고사를 지낸다며 공사를 중단시킨 것이다. 아, 나의 저주 기우가 들어맞은 것에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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