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송이버섯의 엄청난 잔치(1)

지리산 미각의 푸짐한 잔치! 지리산을 줄기차게 찾은 나에게 때때로 이런 자리 또한 없을 수 없었다. 지리산은 골짜골짝마다 고유한 미각을 자랑하는 것들이 있다. 그 모두를 죄다 섭렵하기란 어렵다. 나의 경우 특별한 지리산의 미각 잔치를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예기치 않은 자리에서 갖게 되어 더욱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난 95년인가, 96년 초가을로 기억된다. 나는 그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혼자 차를 몰고 지리산으로 갔다. 출발하기에 앞서 대원사주차장 주성호님에게 전화를 냈다. 당시 나는 한동안 대원사 쪽으로 가지 않아 그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불현듯이 그가 생각났고, 저녁에 덕산에서 함께 소주를 마시며 지리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저녁에 별일 없으면 덕산에서 소주나 한 잔 했으면 하는데..." 느닷없는 '소주' 제안에 주성호님은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혼자 지리산에 갈 때는 누구를 잘 만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내가 소주를 함께 마시자고 했으니! "다른 일행이 없다면 친구들과 만나도 되겠습니까?" 주성호님의 말에 나는 물론 좋다고 대답했다.

나는 덕산에서 지리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로타리산장 조재영님과 장터목 산장 최인섭님, 두류산악회 관계자도 만나 얘기를 나누며 소주를 함께 마셨다. 덕산 일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여러가지 현지 실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지리산 사람들을 곧잘 만나는 것을 익히 보아온 주성호님이었다.

나는 덕산에서 시천이나 삼장면 사람들을 주로 만났는데,  그 때마다 주성호님이 그 다리를 놓아주었다. 이 날도 그는 나랑 만나 소주를 마시자니까 자기보다 덕산 주변의 청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으로 미리 판단한 것도 같았다. 하지만 주성호님이 이 날 덕산 일대의 청년들을 소집한(?) 것은 전혀 다른 목적에서였다.

주성호님과 나는 덕산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주성호님은 "이곳 청년들이 차례로 나타날 겁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덕산 주변 청년들이 한 두명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슨 물건을 신문지에 싸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물건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갓 채취해온 엄청나게 큰 송이버섯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