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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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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술과 함께 걷는 천하의 모주꾼

지난 80년대 후반에는 나는 지리산을 그룹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5명 안팎의 마음 맞는 이들끼리 주로 주말을 이용하여 1박2일로 찾았다. 이 때의 그룹 멤버 가운데는 술을 너무나 맛있게, 맛있는 음식 입맛 다시듯이 마시는 박아무개가 있었다. 함양에 있는 한 양조장의 사위답게 그는 마치 술을 마시기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부산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이었다. 좀 특이한 것은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는데 술병을 꺼내들기만 하면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웃어가며 오로지 술예찬론을 폈다. 그는 몸이 날렵하고 발걸음이 빨라 남보다 먼저 걸어가선 휴식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면 댓병 소주를 꺼내놓고는 하는 것이었다.

"하, 좋지요. 이렇게 좋은 데 우리 어찌 술을 안 마실 수 있겠느냐구!" 그에게는 지리산 숲이 좋은 것도, 계곡이 좋은 것도, 전망이 좋은 바위도 한결같이 술을 마셔야 할 이유가 되었다. 그러니까 지리산길을 걷다가 휴식을 할 때마다 그의 배낭에선 댓병 소주가 나왔고, 소리나게 입맛을 다셔가며 술을 마셨고, 물론 우리에게도 권했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그렇게 물마시 듯 쉴 때마다 술을 마시면서도 걸음이 아주 빠른 것이었다. 다시 걷게 되면 또 누구보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가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 지, 하룻밤 묵는 곳에서 일행과 술자리가 끝나면 그 혼자 마을 청년들을 불러내 밤새도록 어울려 마시는 것이었다. 그래도 산행에는 빠지지 않았다.

당시 지리산을 찾던 그룹 멤버들은 한결같이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박아무개의 주량에는 모두가 두 손을 들었다. 산행이 끝나면 끝났다고 마셨고, 부산에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또 마셨다. 그런 그가 산길은 어떻게 그처럼 빨리 걸을 수 있는지, 참으로 신통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한 체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너무나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학교에서 숙직근무를 하고 있던 그가 잠을 자다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주 건강했던 그의 몸 어딘가에 죽음의 그림자가 깃들고 있었던 것일까!? 급작스레 떠난 때문인지, 지금도 지리산에 가면 그가 웃으며 댓병 소주를 꺼내들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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