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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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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묵묵히 일하는 아름다운 부부

이른바 바캉스로 불리는 한여름철에 지리산 가운데 내가 가장 자주 찾아간 곳은 아마도 백무동 느티나무집이 아닌가 한다. 이 집은 무엇보다 드넓은 자체 야영장을 두고 있어 단체로 머물기에 좋았다. 부산소설가협회의 '여름소설학교'는 물론이요, PEN산악회와 <우리들의 산> 가족 하계수련 캠프를 몇 차례 거푸 이 곳에서 열기도 했었다.

느티나무집은 지금은 뒷집이었던 '샛별산장'을 사들여 배 이상으로 넓어졌다. 샛별산장을 사들이기 전에는 앞마당의 평상이나 느티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는 했다. 내가 느티나무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산나물 때문이었다. 일일산행으로 세석고원을 다녀왔는데, 막걸리 안주로 내준 기막힌 산채 맛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집은 무엇보다 하룻밤 머물며 평상에 앉아 술잔을 들고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술기운이 적당하게 오르면 물소리가 마치 관현악곡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느티나무집을 좋아했던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80년대 당시 30대였던 젊은 집주인인 문호성 부부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그 때 문호성님은 함양농협에 근무했다.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왔지만, 송어를 건져내 손님들에게 나르는 등 부지런하게 일했다. 그의 부인 조귀자님은 첫새벽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손님들의 음식을 장만하느라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묵묵히 일하는 젊은 부부가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였다.

어쩌다 잠깐 짬이 난 문호성님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가 얼마나 지리산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도 남았다. 그는 '마천(馬川)애향회'를 이끌면서 향토의 역사와 문화 등등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의 이런 노력은 훗날 면단위로는 아마도 전국에서 최초인 '마천향토지'를 발간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또 이번에 함양군의회 의원이 됐다고도 한다.

느티나무집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농협도 그만두고 집안일을 돕고 청년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의 집에 가면 10수년 전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부부가 함께 부지런히, 또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가장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아름다운 부부가 아닌가 한다. 올 여름에도 이 부부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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