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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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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첫나들이폭포에서의 그 기다림(1)

백무동 느티나무집에서 부산소설가협회의 '여름소설학교'가 열렸을 때였다. 첫째날 문예창작 강의를 한데 이어 둘쨋날 오전 시간은 등산을 하기로 돼 있었다. 주최측에서 나에게 등산안내를 맡겼다. 나는 세석고원을 다녀오는 것이 소설강의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멋대로 단정, 시간계획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세석고원으로 출발했다.

우리 일행은 60여명의 대군(大軍)이었다. 첫나들이폭포에 닿자 사진 찍는 사람 등등으로 대오가 분산되어 엉망이 됐다. 뒤처진 이들을 수습하여 가내소폭포 앞에 도착하니 이미 선두가 한신계곡과 한신지계곡 사이의 능선길로 가고 있었다. 80년대 중반 당시에는 계곡을 건너는 교량이 없어 한신지계곡 쪽으로 잘 못 들어선 것이었다.

이미 능선 중턱으로 올라선 그들을 되돌아내려오게 할 수도 없었다. 그 능선길은 한신계곡에 물이 넘칠 때 비상탈출로로 이용되거나 적설기 산악훈련 코스의 하나이기도 했다. 능선길을 따라가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끝에 한신계곡길과 만났다. 그런대로 모두가 낙오하지 않고 세석고원에 올랐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있었다.

오후 시간은 소설강의를 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할 시간에 우리는 세석고원에서 백무동으로 출발하였다. 더구나 한신계곡 코스도 벅찬 학생들에게 상당 구간은 능선을 따라 우회하게 했으니, 하산 행렬의 시간은 자꾸만 지체가 됐다. 당시 소설학교 교장은 최해군(崔海君)님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처음엔 대오를 유지하던 하산행렬이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오합지졸이 됐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자꾸 벌어졌다. 피서객들이 많이 나와 있는 가내소~첫나들이폭포 구간에선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누가 어디에 뒤섞여 내려오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지쳐 있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백무동에 닿으니 해가 뉘엇뉘엇 기울어가고 있었다.

소설학교 교장은 오후 강의가 무산된 것은 차치해두고 모두들 무사하게 돌아왔는지 인원 파악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그룹의 학생 K양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학생이 낙오한 것으로 직감하고 다시 첫나들이폭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중간중간에 서서 고개를 빼고 기다려 보았지만, K양 모습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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