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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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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첫나들이폭포에서의 그 기다림(3)

내가 K양에게 "오늘은 네 아버지 역할을 했다"고 한 말은 그녀로선 황당하게 들렸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말을 단지 술기운에 했을뿐 스스로는 그런 말을 한 사실조차 몰랐다. 하지만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나는 문득 아버지를 떠올린 것 같았다. K양을 기다리며 애태우던 마음이 지난날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한 모양이다.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는 만만한 길이 아니다. 더구나 올라갈 때는 한신계곡길을 벗어나 비상통로로 이용하던 능선길을 우회하기도 했었다. 세석고원에 올랐을 때도 그 많은 인원을 통제하느라 나는 점심식사도 제대로 못 했었다. 소설학교 학생들은 등산객과 달리 산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만큼 통제가 어려웠었다.

한신계곡을 따라 하산할 때는 전체 대원의 안전이 가장 걱정되었다. 특히 뒤로 처지는 이들에 대해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었다. 한신계곡은 매년 여름철마다 조난사고가 일어난 곳이기도 했다. 단 한명이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는 것이었다.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배고픈 줄도 피곤한 줄도 몰랐었다.

하지만 백무동 느티나무집 야영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거의 그로기상태에 빠져 있었다. 우리 그룹인 K양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 대뜸 마중을 나간다는 것이 첫나들이폭포까지 가게 됐고, 나는 그곳에서 하염없이 목을 빼고 서 있는 동안 지난날 고향 마을 동구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K양이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녀는 나의 발뒤꿈치를 놓치지 않다시피 하며 거의 동시에 야영장에 닿았다고 한다. 그리고 땀을 씻으러 계곡으로 내려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의 얼마간을 나는 참지 못하고 덜컥 걱정을 하면서 허겁지겁 그녀 마중을 나간 것이다.

지리산 산행 안내, 그것은 당시의 나에게는 주말마다 갖는 일상사이기도 했었다. PEN산악회며 '우리들의 산'에서 지리산 단체산행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 단체산행의 어느 한번도 아무 걱정없이 홀가분하게 끝낸 적이 없었다. 그런 불안과 걱정이 체질화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짓을 그 이후에도 계속했으니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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