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85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24> 그 해 여름은 '꿈결'이던가?(1)

어느날 우연하게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한 젊은 여성을 만났는데, 그녀로부터 며칠 동안의 지리산 여행을 제의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더구나 그녀가 전문직 종사자로 사회적 기반이 탄탄한 30대 중반의 농익은 독신주의자라고 말한다면!? 아마 상당수의 남성들은 "얼씨구나, 이게 웬 떡이냐!"고 쾌재를 부르며 김칫국부터 마실 것이다.

나는 정말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 일을 10년 쯤 전에 실제로 경험했다. 당시 나는 의신마을 이장 우정용씨의 넓은 집(지금의 2배로 넓었다)에서 2박3일 동안 열리는 소설학교에 참가하기로 돼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진의를 알아볼 겸 "그럼 소설학교에 참가하자"고 했더니 "둘만의 여행인데, 소설학교는 무슨!"하고 콧방귀를 뀌지 않겠는가.

그런데 남자라는 동물은 이상하다. 아니 나만 그런가? 정녕 미모의 여성으로부터 '환상적인 제의'를 받고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어째선지 뒷걸음이 쳐지며 마음이 위축되는 것이었다. 여자 쪽에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웬 떡이냐!"던 쾌재는 어디로 가고, 뭔가 이런저런 의문이 앞서는 것이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퇴근을 한 뒤 광복동 입구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선생님요!" 하고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니 산악회 회원 아가씨였다. 나는 술김에 "한잔 어때?" 하고 제의했고, 한 카페에 그녀와 함께 들어갔는데, 뜻밖에 그녀 일행이 있었다. 눈부신 그녀가 일행일 줄이야!

"언니, 이 분이..." 어쩌구 하며 산악회 아가씨가 그녀를 나에게 소개했다. 산악회 아가씨는 단체산행 때마다 어울렸던 터라 흉허물없는 사이였다. 그녀는 학교 선배인지, 이웃집 언니인지 팔등신 멋장이를 나에게 맡겨놓고는 뭘 좀 사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그녀로부터 "며칠 동안 지리산으로 데려가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나는 그녀가 농담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농담으로 "아주 멋지게 안내를 하리다"하고 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차분하게, 아주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사고(?) 치면 어쩌지?" 하고 마지막 시험(?)을 해보았다. "사고요? 으하하하!" 그녀는 배꼽을 잡고 웃어제꼈다. "사고는 물론, 사망이면 더 좋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1) 최화수 2002.09.08 798
5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2) 최화수 2002.09.08 803
5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3) 최화수 2002.09.08 694
5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4) 최화수 2002.09.08 635
5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5) 최화수 2002.09.08 641
5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6) 최화수 2002.09.08 650
5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7) 최화수 2002.09.08 809
5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8) 최화수 2002.09.08 748
5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49) 최화수 2002.09.08 654
5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0) 최화수 2002.09.08 692
5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1) 최화수 2002.09.08 715
»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2) 최화수 2002.09.08 858
4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3) 최화수 2002.09.08 861
4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4) 최화수 2002.09.08 918
4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5) 최화수 2002.09.08 717
4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6) 최화수 2002.09.08 727
4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7) 최화수 2002.09.08 824
4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8) 최화수 2002.09.08 807
4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9) 최화수 2002.09.08 829
4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0) 최화수 2002.09.08 89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