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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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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해 여름은 '꿈결'이던가?(3)

우정용 의신마을 이장과 소설학교 얘기를 하면서 술잔을 나누는 사이 나는 조봉문의 '운해산장'에 남겨둔 그녀의 존재는 잊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의도적으로 그녀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로부터 느닷없는 '지리산 여행' 제의를 받았을 때 이게 웬 떡이냐며 마음속에서 쾌재를 불렀던 내가 지금은 어째서 뒷걸음을 치는가?

솔직히 그녀는 너무 완벽했다. 미모와 지성도 대단했지만, 그 표정과 언어와 동작 하나하나 얼마나 자신만만한지 거울처럼 맑고 눈부셨다. 아니 그녀의 발바닥에서 머리카락 끝까지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곳이 없을 듯했다. 지리산으로 오는 동안 유려하게 쏟아내는 그의 능변, 달변에 나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녀가 이유도 조건도 없이 내맡긴 며칠 동안의 지리산의 자유와 환상!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보내느냐!? 그것은 이미 나의 머리속에서 수십 가지의 묘안(?)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부산을 출발한 뒤 나는 달궁으로 가려던 원래 뜻과는 달리 우습게도 소설학교가 열릴 의신마을로 차를 몰고 온 것이다.

나는 의신마을로 들어오면서 그녀에게 왕년의 남부군사령관 이현상과 여자 빨치산의 얘기를 했다. 나는 중늙인이인 이현상으로, 그녀는 병원에 여의사로 근무하다 입산한 엘리트 여자 빨치산으로 환치(換置)했던 것도 같았다. 나는 다음날 빗점골 위의 산태골, 빨치산 발전을 했다는 폭포로 그녀와 함께 찾아갈 작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 뒷날 우정용님 댁에서 열리는 소설학교 얘기를 하면서 산태골을 찾을 생각조차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산태골은 고사하고 그녀가 머물고 있는 조봉문의 '운해산장'에도 가기가 싫어지는 것이었다. 미처 몰랐던 그녀의 결점이나 미운 점이 드러난 것인가? 천만의 말씀! 그녀는 너무나 완전무결한 여성 그대로였다.

"아니, 예서 뭔 얘기 하오? 저녁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디!" 우정용님 가게에서 뭉기적거리고 있으려니 조봉문이 나를 데리러 왔다. "관두라구, 알아서 하겠지. 자, 봉문씨, 한잔 받으쇼!" "아니라우, 그 분이 기다리는데유!" "그 참, 당신답지 않게, 여자한테 뭔 신경을 그리 쓰요?" 나의 억지로 우리는 본격적인 술판을 벌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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