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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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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해 여름은 '꿈결'이던가?(4)

아침에 눈을 뜨고보니 우정용 이장집 평상이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나랑 우정용, 조봉문 세 사나이가 술을 마구 퍼마신 기억밖에 남는 게 없었다. 막판에 조봉문의 운해산장에 있던 그녀가 찾아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그녀와 아무 상관없이 첫날은 술에 곯아떨어져 평상이나 차지한 셈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름소설학교 대절버스는 오전 11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는 소설학교의 지리산 장소 선정만 맡았을 뿐, 다른 문제는 전혀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와 빗점골로 들어가든, 대성골로 들어가든 문제될 것이 없었다. 아니, 처음 마음 먹은대로였다면 나는 달궁이나 심원계곡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오늘 천렵 한번 하입시더. 이 골짜기 물고기 정말 기똥차니께로!" 그녀와 아침밥을 먹고 뭉기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조봉문이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화개천에 은어, 꺾지 등이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물살이 센 청정수에서 어떻게 물고기를 잡을까? 그야 어찌 됐든 물놀이 겸 천렵을 하는 것 이상 재미있는 일도 없다.

"당신이 오늘 천렵 한번 시범 보여주면 어떨까?" 나는 조봉문에게 그녀를 데리고 천렵을 가달라고 넌저시 부탁했다. "나는 소설학교 버스를 기다려야 되고..." 그 순간 그녀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이었다. "천렵이라구요? 정말 멋지겠어. 부탁예요. 날 좀 데려가 주세요." 아, 나는 뜻밖의 구세주 '천렵'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설학교는 강행군이었다. 도착 즉시 숙소 배정과 점심식사를 했고, 잠시 휴식한 뒤 우정용 이장집 뜰에서 강의가 시작됐다. 첫날이어서인지 학생들 밖에도 작가들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나 역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강의를 듣는 척 하고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일시에 마당앞 도로로 쏠리는 것이었다.

조봉문이 반트럭을 세워놓고 나에게 뭔가 말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조수석에서 짙은 감색 노슬립을 걸친 그녀의 백옥같은 하얀 살결이 햇살에 눈부시게 반사되었다. 학생들의 눈이 나와 조봉문과 그녀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그냥 갔다 오라구!"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건 또 무슨 소설이냐!?" 작가 누군가가 야릇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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