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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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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해 여름은 '꿈결이던가'?(5)

조봉문의 운해산장에는 언제나 손님이 많았다. 일찌기 벽소령에 상주텐트를 쳐놓고 많은 산악인들과 낯을 익힌 그에게 전국의 산꾼들이 자주 찾아왔다. 또 힘이 좋고 부지런한 그는 염소를 방목하기도 했고, 고로쇠수액 채취로 곳곳에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에 그의 집에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손님 맞기에 바쁠 그가 그녀와 함께 천렵을 떠난 것은 여간한 배려가 아니었다. 그녀가 졸라댔는지, 그가 천렵을 핑계로 그녀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싶어한 때문인지, 그 정확한 연유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내가 데리고 왔던 그녀는 소설학교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신마을 청년과 함께 천렵을 떠나면서 손을 흔들며 미소까지 흘렸다.

"어이, 정말 대단한 미인이던데! 어찌 된 소설이오?" 소설 좋아하는 소설가는 끝내 소설적인 관심이 식지 않는 듯 점심식사 후 나에게 어찌 된 사연인지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침을 흘리는 게 정말 소설이구먼.  잘 모르긴 하지만, 그녀는 당신같은 사람에겐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만 잊어버리자꾸요. 소득 없는 일에 땀 흘릴 건 없잖수!"

하지만 그날 저녁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천렵을 다녀온 조봉문이 나에게 나타나 '소주 대접'을 자청한 것이다. 그가 과연 천렵을 했는지, 화개에서 돈을 주고 사왔는지 몰라도 은어, 꺾지회를 장만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민물고기회는 입에 대지 않아 사양했다. "그럼 내가 대신 먹어주지!" 예의 그 소설가가 나섰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그 소설가를 따라 빗점골로 들어갔다. 은어회, 꺾지회로 소주를 나누는 사이에 그와 그녀 사이에 농익은 얘기들이 오고가곤 하던 것이 생각날 뿐 나는 그밖의 다른 것은 기억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종일토록 모습을 감추었던 그들은 저녁 늦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일뿐, 모든 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날밤 소설학교는 우정용 이장집 뜰에서 캠프파이어를 열고 마지막 파티를 베풀었다. 술과 음식을 나누고 노래도 불렀다. 그 한쪽편에 그 소설가와 그녀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듀엣으로 노래했고,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는 그 소설가에게 딱 한 마디만 살짝 부탁했다. "저 여자 내일 당신 차로 데리고 가라구. 꼭 부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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