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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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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특종도 놓치고, 사람도 놓치다!

달궁(達宮), 부산에서 찾아가기는 가장 먼 지리산 골짜기 마을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마을을 비교적 많이 찾아갔다. 달궁~심원계곡이 아름답고, 노고단, 반야봉, 서북능선을 오르는 길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마을의 한 주민을 특별히 좋아했다. 달궁마을 이장을 맡기도 했던 40대의 아주 잘 생긴 남자였다.

첩첩 지리산중에 갇혀 있을 때의 달궁은 한번 찾아가기도 어려웠지만, 뱀사골에서 걸어들면 마치 원시마을과 같아 보였었다. '마한 피란도성'의 비밀을 안고 있는 탓인지 신비스러운 느낌도 앞섰다. 하지만 달궁마을은 성삼재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로가 넓혀지고, 특별한 피서지로 유산객들이 몰려드는 개방 바람을 맞게 됐다.

이 마을에 살던 김모씨는 지리산 사람 가운데 드물게 만난 지성인이었다. 부산의 김경렬옹이 지리산의 인문사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을 정도이다. 그이는 달궁마을에서 민박도 열지 않았다. 민박비나 받아먹고 지리산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이가 하는 말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켰다.

하루는 멀고 먼 달궁에서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다. 한동안 교류가 끊어졌던 김씨였다. "최선생,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아주 중요한데, 절대 비밀이요!" "...!?" "사향노루가 덫에 걸렸어요. 처분을 해야겠는데, 알선 좀...!" "뭐라구, 사향노루라구요?" 나는 너무 놀라 고함을 지를뻔 했다. 사향노루를 잡다니, 이런 기절초풍할 충격이라니!

사향노루가 어떤 동물인가! 천연기념물 사향노루가 지리산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50년대로 그 이후 한 차례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사향노루는 배꼽 뒤쪽 피하에 향낭(향주머니)을 달고 생식기와 연결돼 있다. 향낭은 달걀만 하고 무게가 30그램 정도인데, 이 속에 든 물질이 곧 '신비의 물질'! 그것 때문에 멸종의 길로 내몰렸다.

그 사향노루가 지리산에서 잡혔다! 당시 나는 국제신문에 '지리산 365일'을 쓰고 있었다. 천하 대특종이 걸려든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만 찍어도 '한국기자상'은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흥분을 가라앉혔다. 특종보다 더 좋은 것이 인간관계다. 하지만 실망도 컸다. 나는 특종도 포기했지만, 그날부터 그와의 관계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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