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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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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환상의 송어회와 소주 맛 날아가다

지리산에서의 소주 맛은 어디가 좋을까? 똑같은 소주, 어디서 마신들 그 맛이 다를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백무동 느티나무집에서 마시는 소주 맛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계곡 옆 평상에 앉아 교향곡같은 물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음악감상실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느티나무집의 소주 맛이 특별히 좋은 것은 또 다른 까닭이 있었다. 무주구천동의 청류에서 양식하는 송어를 활어 그대로 날라와 이곳에서 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송어회와 소주, 한여름밤의 서정과 낭만은 그것만으로도 만끽하고 남음이 있었다. 느티나무집 주인 문호성씨 부인의 인정과 손솜씨도 감탄할 만했다.

백무동 느티나무집은 원래부터 산채 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채취한 산채를 잘 삶은 뒤 고소한 참기름을 버무려 내놓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산채 하나만으로도 술맛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송어회가 등장하면서 또다른 별미였던 닭백숙이나 도토리묵 등은 미각 대열에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런데 한번은 김경렬님과 함께 달궁을 찾게 되었다. 달궁의 '마한 피란도성'을 추적하던 김경렬님은 8밀리 소형영화 동호인인 의사선생 한분과 동행했다. 그 때 마침 심원마을에 송어양식장을 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심원마을이 양식장과 함께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러 가자고 하여 우리 일행은 심원마을을 찾게 됐다.

심원마을은 천지개벽을 하고 있었다. 온통 벌겋게 파헤쳐진 마을을 지켜보며 너무나 실망했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서기에 아쉬움이 남아 송어회와 소주를 시켰다. 백무동의 그 미각을 생각하고 술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송어 한 점을 막 입에 넣는 순간 옆에 있던 의사선생이 벼락치는 소리를 냈다. "그것 그대로 먹으면 안돼요!"

의사선생은 위험한 송어회를 어찌 먹느냐며 펄쩍 뛰는 것이었다. "두루마리 화장지 이것도 입이나 얼굴에 대면 안 돼요!" 그는 일장의 건강강의를 했다. "별 걱정도 많으셔!" 나는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나는 그 뒤 백무동 느티나무집에 들러도 그 환상의 송어회를 아주 외면하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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