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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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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4)

화엄사를 출발하여 코재 등의 가파른 비탈을 지나 노고단고개에 오르기까지가 종주산행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서어나무야영장을 지나면서부터 시종 오르막이고, 배낭에 짐이 가장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노고단 또는 임걸령샘터에서 산상에서의 첫 취사를 할 때면 각 조별로 공통적인 현상이 한가지씩 벌어졌다.

"내 쌀 먼저!" "내 감자 먼저!" 서로 자기 배낭의 주부식부터 먼저 꺼내려는 것이었다.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라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사실 80년대 초반에는 장비 뿐만아니라 주부식의 무게도 보통이 아니었다. 인스턴트 식품이라곤 라면뿐이었던 데다 그 때는 밥과 찌개를 끓여먹는 게 불문률이었던 탓도 있었다.

산행 중간에 휴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배낭 끈부터 먼저 푸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구나 자기 배낭 속의 간식을 먼저 꺼내 권하는 것이었다. "인정이 많아 좋구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인정이 많다. 하지만 종주산행에선 이것이 결코 인심만은 아니었다. 짐무게를 줄이려는 이기심인 것을!

짐무게가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마지막날 숙영지에선 아예 텐트를 걷지 않고 그 자리에 아주 팽개쳐둔 채 떠나오는 이도 있었다. 장터목산장에서 마지막밤을 새우고 난 뒤 한 조장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텐트를 버렸다. 아깝고 비싼 텐트를 버리다니! 다들 경악했지만, 그것을 가져갈 생각을 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배낭 무게에 질려 수통에 물을 채우지 않는 이조차 있었다. 묘한 것은 그런 사람일수록 갈증을 더 많이 느껴 계속 물을 부르짖고는 한다. "물 좀, 물 좀!" 처음에는 물을 나눠마시던 이들도 두번, 세번 되풀이되자 밉다며 외면을 했다. 참다 못한 한 친구는 전혀 낯선 등산객에게 자신의 석유를 꺼내주고 물을 바꿔 마시는 것이었다.

배낭 속의 짐 가운데 애물단지는 땀에 찌든 옷이었다. 젖은 채로 넣어두면 무겁기도 하고 악취가 진동했다. 이 젖은 속옷을 쥐도새도 모르게 버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종주산행 종점을 눈앞에 두면 모두가 계곡에 뛰어들어 목욕을 했다. 바로 그럴 때 속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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