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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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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5)

요즘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야영을 하지 못한다. 야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5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된다.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루만에 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잠은 산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노고단, 벽소령, 세석, 장터목에 대형 현대식 산장이 들어서 많은 산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80년대는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주능선의 대피소들은 모두가 20여평대의 작은 규모여서 산장에 엉덩이를 밀어넣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했다. 그 때문에 종주산행에 나선 이들은 거의 야영을 했다. 노고단, 세석, 장터목 등의 야영장은 엄청난 인파에 뒤덮였고, 임걸령, 덕평봉 등의 샘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영객이 늘어나면서 야영장이 황폐화 되는 것도 문제였다. 야영장 주변의 숲과 풀밭이 점차 텐트 사이트로 잠식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 주능선의 모든 야영장이 폐쇄되고 원상복원을 하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지 않은가. 물론 산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던 것이다.

한여름밤 지리산 주능선에서 야영하는 것은 대피소에서 콩나물시루처럼 비좁게 잠자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낭만이 넘쳤다. 이 때문에 통기타를 들고 와서 노래를 부르거나 카세트를 틀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란을 대피소 관리인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다. 특히 노고단과 세석고원에선 불호령이 떨어졌다.

함태식님이 '노고단 호랑이'로 유명했던 것도 통기타와 카세트 등을 엄격하게 단속한 때문이었다. 문제는 야영장마다 포화상태를 빚는 인파였다. 한번은 야간산행으로 노고단에 올랐는데, 선두가 무넹기고개로 되돌아와 돌맹이가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야영을 하도록 했다. 노고단에는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과였다. 한번은 연하천에서 야영을 했는데, 장마로 일대가 못자리처럼 아주 뻘밭 천지였다. 어찌어찌 억지로 구한 곳이 쓰레기더미 위였다. 거기서 코를 막고 하룻밤을 넘기기는 했는데, 악취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다음날 식사를 전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능선상의 야영은 때로 낭만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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