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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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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9)

한여름철의 지리산 종주는 무더위 속에 무거운 짐을 메고 장거리를 걷기 때문에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것도 자연적인 현상이다. 주능선상에는 다행히 샘이 많아 수통이 쉽게 비워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을 마시고, 땀을 흘리고, 다시 물을 마시고, 땀을 흘리고...이런 식으로 능선을 걸어가는 것이다.

단체로 종주를 하다보면 유별나게 물을 많이 마시는 대원이 있다. 이상한 일은 물을 유별나게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의외로 물통 준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수통에 자꾸만 손을 내밀다 미움을 사게 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다른 사람의 물통들을 안고 샘으로 달려가서 물을 길어다주는 수고를 마다않는 이도 있다.

땀을 흘리는 만큼 물을 마신다고 만사 OK는 아니다. 체력소모가 격심한데 따른 당분 등의 보충이 필요하다. 사탕이나 소금, 다른 간식을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면 나중에는 머리가 흐릿해지면서 탈진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때를 귀신처럼 알고 기다렸다가 양주 한 잔을 건네주는 이들이 있다. 그 고마움이란 태산이나 같다.

미싯가루를 물에 타주는 이들도 있다. 그 한 잔이 갈증 해소는 물론, 원기까지 회복시켜준다. 갈증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식품이라면 오이다. 종주를 하는 이들은 집에서 오이의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은박지에 싸서 넣어오기도 한다. 땀을 흠뻑 흘린 뒤 그 한쪽이라도 먹게 되면 오이의 위력을 절감하고 남음이 있다.

내가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맛본 최고의 '환상적인 먹거리'는  84년 여름 장터목에서였다. 종주팀이 장터목에 도착하는 시각에 맞춰 지원을 하러 중산리 쪽에서 올라온 한 산악회원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내민 것은 중산리의 밭언덕에서 땄다는 누렇고 굵은 토종 오이였다. 노지 재배한 그 오이는 나를 천국으로 날아가게 했다.

비닐하우스 재배나 외국에서 들여온 개량종이 아닌, 토종 오이의 맛을 나는 어릴 때부터 익혀왔다. 밭언덕에 심어놓는 그 오이는 팔뚝 크기로 굵어 하나만 따오더라도 온 가족의 찬거리가 됐었다. 이틀을 계속 주능선을 걸어오느라 갈증이 격심했던 나에게 그 오이의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지금까지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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