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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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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14)

"지리산 종주산행은 왜 하는가?" 질문같잖은 질문일 수 있다. 어디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는 뜻을 한, 두 마디로 쉽게 대답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지난 시절 나는 종주를 하면서 함께 종주를 하던 이들에게 이 질문을 많이 했다. 대개는 난감한 표정부터 먼저 짓는다. 의외로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요!" 식의 짜릿한 대답도 듣고는 했다.

질문을 받은 이들은 대개 나에게 되묻기도 했다. "너는 왜 종주를 하는데?" 물론 나는 그 대답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목욕 한번 시원하게 하려고!"가 나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어 종주를 왜 하느냐고 물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의 말에 쉽게 수긍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뭐라고? 목욕이라고?"

80년대 종주산행은 화엄사에서 걸어올랐기 때문에 통상 3박4일 일정이었다. 화엄사 여관촌에서 하룻밤 묵는 것을 빼더라도 2박3일은 산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이외에는 계속 땀을 흘리며 강행군을 하게 된다. 종주산행을 할 때는 식수도 어렵게 구하는데, 몸을 씻을 여유란 생각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걷노라면 옷도 몸도 땀범벅이 된다. 텐트를 치고 막영을 할 때 여벌 옷으로 갈아입기는 하지만, 젖은 옷은 땀투성이 그대로 비닐에 싸여 배낭 속에 들어간다. 사흘 동안 이런 식으로 이어지다 보면 사람이 걸어가는지, 땀냄새가 걸어가는지 분간이 안 되기도 했다. 그러다 종주산행이 끝나는 곳의 계곡을 만나면!

배낭을 벗어던지고 맑디맑은 계류로 뛰어들었을 때의 그 청량감이란 이루 형언을 할 수가 없다. "이 맛 한번 보려고 종주를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 그제야 모두가 수긍을 하는 것이었다. 체내에까지 찐득하게 흡수돼 있는 듯한 땀냄새를 청정계류로 닦아내고 마지막 한 벌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지금은 그 재미를 맛볼 수 없다. 지리산 청정 계곡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리산 계곡에서 아무 것도 씻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통제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계곡의 오염을 막는 것도 좋지만, 더 큰 오염원은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계곡에서의 낭만 하나가 요즘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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