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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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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술독에 빠졌던 까닭은...?(1)

1982년 6월 현재의 천왕봉 표지석을 세우는 바로 하루 앞날이었다. 당시 부산의 'PEN산악회'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천왕봉 등정에 나섰다. 대절버스에 30여명의 산행회원이 타고 갔다. 중산리에서 민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산행에 나설 참이었다. 그런데 중산리에선 돌발사태가 발생해 있었다. 잠잘 방이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시 이규호 경남도지사와 함양, 산청 출신 민정당 국회의원 권익현씨 등이 천왕봉에 새로운 표지석을 세우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또 그 무렵에는 중산리 민박집 등에 전화도 제대로 없어 사전예약을 하지도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냥 무턱대고 가더라도 민박집을 구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도지사와 민정당 실력자가 천왕봉에서 새 표지석을 세운다고 하여 하루 앞날 도청과 군청 공무원 등이 얼마나 많이 찾아들었는지 중산리는 물론, 훨씬 아래편의 곡점까지 방을 다 차지해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덕산 쪽으로 밀려나와야 했다. 하지만 덕산 쪽에는 민박을 하는 집이란 없었다.

이 돌발적인 사태에 집행부는 크게 당황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민박집을 찾아 떠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덕산의 덕천서원 조금 못 미친 국동마을 앞에 차를 세우게 했다. 중산리로 들어갈 때 보니 감나무잎이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보였던 때문이다. 마을이장을 찾아 사정을 말했더니 자신의 집을 내주었다.

국동마을은 지금까지도 민박을 하지 않고, 외지인이 방문하는 일도 없는 아주 조용한 곳이다. 이장은 민박비를 받기는 고사하고 우리들에게 귀한 손님들이라며 덕산 막걸리까지 대접하는 것이었다. 그의 집 드넓은 마당 한편에는 감나무 그늘 아래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지리산의 짙은 녹색이 그 평상에 죄다 몰려 있는 듯했다.

해가 중천에 걸려 있을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막걸리를 자정이 넘도록 계속 들이켰다. 그 사이 심부름을 하는 친구가 몇 차례 덕산의 술도가를 다녀왔다. 나중에는 나 혼자서 마시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칼바위~망바위~ 법계사로 오르며 구슬같은 땀을 흘렸다. 그런 뒤에야 나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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