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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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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술독에 빠졌던 까닭은...?(2)

"무슨 술을 그렇게나 많이 마시오?" 법계사 앞 로타리산장에서 커피 한 잔을 건네주며 등반대장 이근상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이제 겨우 정신이 드네요." "최선생이 마신 술이 아마도 두 말도 넘을 거예요. 이건 두주불사를..." 그는 매주 주말 함께 산행을 하지만 내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왜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대개 기분이 나쁠 때이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는 기분이 상해서 많은 술을 마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민박집을 구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집을 그저 내준 마을이장이 막걸리를 대접할 때만 해도 술을 그냥 고맙게 받아마셨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사이 감나무 그늘 아래의 평상을 나의 고향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았다. 고향집에는 여름 한철 키 큰 감나무 아래 평상을 내놓고 그곳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잤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마을이장 집의 대청마루며, 부엌과 곳간 등 모든 구조들이 어쩌면 그렇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집과 똑같을 수가 있다는 것일까.

마루 위에 걸쳐 놓은 나무 시렁이며, 거기에 놓여 있는 소쿠리들까지도 똑같지 않겠는가. 나는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온 사실도 잊어먹고 마치 고향집을 찾은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평상에 계속 버티고 앉아 저녁도 먹지 않고 술만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놓고 고향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천왕샘에 닿아 잠시 땀을 닦으며 휴식을 했다. 선글라스를 끼는 등 한껏 멋을 부린 한 여성 회원이 물 한 컵을 떠주며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이번 주말에 정말 고향집 구경시켜주는 거예요?" 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그러자 나는 어젯밤에 그녀를 평상에 앉혀놓고 나의 시골 고향집이 어쩌구 하고 마구 떠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리산에서 나의 고향집과 똑같은 집에서 묵게 된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민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은 물론, 일반 가정집들도 나의 시골집 같지는 않다. 천왕봉 표지석을 세우느라 몰려든 공무원들 덕분에 뜻밖으로 나는 고향 집과 똑같은 집에 들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묘한 환상으로 나는 그날 끝없이 술독에 빠져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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