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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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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왕봉과의 첫 만남(4)

1974년 12월의 법계사(法界寺)는 참으로 을씨년스러웠다. 장독대 위의 불상 하나만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얼마나 무지몽매했던지 법계사 터에 3층 석탑이 있는 사실조차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고려 초기 작품으로 보물 제473호인 이 석탑은 오랜 풍상을 겪으며 자연으로 돌아가 지리산의 분신과도 같다.

법계사가 언제 세워졌고, 어떤 수난의 과정을 밟았는지 전혀 몰랐다. 이 사찰은 고려 우왕 6년(1380년) 왜구의 방화로, 또 1948년 여순반란군 토벌대가 대원사와 함께 불태웠다. 그런 것은 두고라도 나는 선배 사진기자와 하룻밤 신세를 진 초막이 법계사 복원을 염원하는 한청화 보살의 집념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전란이 평정된 이후인 1955년부터 부산, 경남의 산악 선구자들이 천왕봉 등정을 시작했다. 부산의 신업재, 김재문, 김용기, 김규태, 오점량, 한형석, 성산, 김택진, 이영도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게 법계사 초막은 천왕봉 등정의 주요한 전초기지로 막중한 역할을 했다. 성산과 한청화보살의 '팔선주 사랑'은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지리산에 민간인단체인 로타리클럽이 로타리산장을 세우게 된 것도 법계사 초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청화보살(일명 손보살)은 자신의 손으로 법계사를 복원하는 꿈은 끝내 이루지 못 했지만, 부산 경남지방 산악인들을 잘 돌보아 로타리산장 건립을 해내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다. 그녀의 이 공로는 높이 살 만하다.

전란 직후의 초기 지리산 등반사를 장식했던 산악 선구자들은 당시 유일한 산중 오두막이었던 법계사 초막에서 제마다 낭만과 산정을 꽃피웠던 것이다. 그 중요한 법계사 초막을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하룻밤 신세를 지고 저녁밥과 아침밥까지 얻어먹었으니, 법계사 초막 역사상 가장 무지몽매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당시의 일을 되돌아보면 땅을 치며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나와 사진기자 선배에게 밥을 해주었던 그 텁석부리 사나이가 누구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혹시 우천 허만수(宇天 許萬壽)는 아니었을까 하고, 뒤늦은 의문과 안타까움을 갖고는 한다. 법계사에 자주 의탁한 그이는 그 2년 후 증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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