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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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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남편의 산행실력, 부인의 산행실력

나는 요즘과 같은 인터넷 동호회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엄격한(?) 지역 단위 산악회에서 십수년 동안 산행을, 그것도 주말마다 했다. 대절버스를 이용하여 하루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의 산을 두루 찾아다녔다. 신년이나 여름휴가 때는 2박3일, 또는 3박4일의 산행에 나서기도 했다. 그 때는 한 산이 아니라 전국의 산을 두루 찾아다녔다.

많은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서다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부부가 함께 나와 나란히 버스좌석에 앉아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잉꼬부부의 금슬을 과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부부가 함께 산행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부인만 늘상 산행에 참가하고, 남편이 배웅을 해주고는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당일 안내산행을 하는 대절버스들이 부산역광장이나 부산시민회관 앞에 장사진을 치고 기다린 적이 있었다. 한 부인이 남편과 함께 다정하게 배낭을 메고 나와선 막상 차량이 출발할 무렵에는 각자 다른 산악회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다. 부부의 산행 취미는 같아도 산행 실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다른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남편보다 부인의 산행 실력이 뒤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반대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리산을 집중적으로 찾았던 우리 산악회의 일부 회원들도 부인들 쪽이 압도적으로 산행 실력이 앞섰다. 그래서 부인들은 3박4일의 지리산 완전종주산행에 나서는데 그 남편들은 당일산행이나 하는 것이 고작이기도 했다.

지난날 지리산 '완전종주'는 운봉 수철리에서 세걸산으로 올라 대원사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달리 서래봉에서 황금능선을 따라 구곡산까지 종주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산악회는 해마다 지리산 '완전종주' 희망자를 모집했는데, 참가지는 부인들이 압도족으로 많았다. 그들 부인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건각을 자랑하고 있다.

산행실력이 부인에게 뒤져서 부인들만 숙박산행에 내보내는 남편들은 자연히 발언권도 부인들에게 눌렸다. 부인들이 완전종주를 할 때는 그들은 지리산 계곡 한 귀퉁이에 앉아 소주로 무안을 달래기도 하는 것이었다. 산처녀와 결혼하는 총각은 반드시 상대의 산행실력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노파심에 이 얘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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