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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63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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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 북쪽으로 흐르는 물줄기의 이름이 만수천, 임천, 엄천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경호강, 남강으로 바뀌어진 뒤 낙동강과 합류한다고 했습니다.
만수천이 시작되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에서 경남 함양군 유림면 서주리의 엄천교에 이르기까지 이 물줄기를 끼고 60번 지방도로가 이어져 있지요.

이 가운데 인월~산내~가흥~의탄을 잇는 곳은 일찍부터 지리산을 찾는 탐승객들의 내왕이 빈번했던 곳입니다. 실상사와 영원사, 벽송사 같은 큰 사찰들이 자리한 데다, 백무동계곡이나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간의 도로 확장과 포장도 먼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엄천(嚴川)으로 불리는 용유담~엄천교 구간은 지리산을 찾는 이들도 늦게 발을 들여놓았고, 도로 확장 공사도 뒤늦게 시작되어 1990년대 후반에야 겨우 완공이 되었어요. 이 구간이 왕복 1차선의 비포장 도로로 남아있을 때는 부산이나 마산, 진주에서 백무동이나 칠선계곡을 갈 경우 원지~함양읍~인월~가흥~의탄으로 멀리 우회하여 찾고는 했었지요.

엄천과 면한 곳들은 지리산 둘레 800리 가운데서도 개발이 늦은 편에 드는 지역입니다. 교통이 불편했던 한편으로 두드러진 명소나 명당이 적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아니지요, 문화유적지로 높이 사야 할 곳들이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아 묻혀 있다시피 한 까닭도 있을 것이에요.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엄천이 흐르는 지리산 동북부 구간의 진수를 미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엄천이 시작되는 용유담(龍遊潭) 한 곳만 하더라도 지리산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주요한 명승지입니다. 지리산 무속 3대 성소의 한 곳이란 사실은 접어두고라도, 기암괴석이 지리산 청류와 빚어낸 자연경관이 천하의 별유천지입니다.

용유담은 마천과 휴천의 경계선이 지나는 휴천면 송전리에 자리합니다. 지리산 주릉 북쪽의 달궁과 심원계곡, 뱀사골, 백무동계곡, 칠선계곡 등의 물이 합류해 엄천을 빚기 시작하는 곳에 자리하지요.
억겁의 세월을 두고 화강암으로 된 기암괴석 속에 지리산 계류가 우레와 같은 폭포소리를 내며 떨어지며 바위들을 오목볼록 기기묘묘하게 빚어놓았으니, 어찌 그 모양이 장관이 아니겠습니까.

옛 선인들의 지리산 견문록에는 용유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에요.
다음은 조선 성종 20년(1489년) 4월 지리산을 탐승했던 김일손(金馹孫)의 '유두류록' 가운데 용유담 대목입니다.

'시냇물 북쪽 언덕을 따라 동쪽으로 가서 용유담에 이르렀다.
용유담은 남북으로 뻗은 못인데, 깊고 그윽하며 기이하고 빼어나서 속세와 천 리나 떨어진 듯하였다.
(중략)
용유담 바위의 비늘 같은 흠들은 밭을 갈아엎은 것처럼 뚜렷한 흔적이 많았다.
또한 항아리와 가마솥처럼 생긴 바위도 있었는데,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이곳 주민들은 용이 사용하던 그릇이라고 한다.'

김일손의 이 글 하나만 보더라도 별유천지 용유담의 신비로운 모양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에요.
용유담에는 화강암 바위와 깊고 푸른 담(潭)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움만 자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유담은 지리산 3대 무속의 성소로서 그 맥이 이어지고 있고, 갖가지 신비로운 현상이 여러 가지 전설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지요.
  • ?
    김용규 2004.09.13 08:57
    최화수님의 주옥같은 새글이 나왔네요.
    변강쇠, 마천, 휴천, 용유담, 새우섬, 수정궁, 구형왕릉, 외팔이 짜장집 사장하는 낱말 모두 이 엄천계곡에서만 탄생되어진 것이군요. 국립지리원에서 발행되는 지도에는 마천- 생초까지의 강 이름을 임천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더군요. 최화수님꼐서는 엄천강이라는 정확히 바른표기를 해주시니까 엄천 골짜기 사람으로서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 ?
    나그네 2004.09.15 09:00
    이방인들이 거의 모르고 있는 여러 전설, 유래, 역사, 아름다움 등에 관한 공부 잘하고 있습니다.
  • ?
    공수 2004.09.15 14:40
    저희들은 가까이 살아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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