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동천 '달빛초당(茶仙草堂)'(1)

by 최화수 posted Jun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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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과 정이 아득하면
차맛 또한 아득하고

맘과 뜻이 그윽하면
차맛 또한 그득하다.

다심정
그 달빛 밤에
달빛처럼 끓이는 茶.'
              <김필곤 / '문덕산 달빛초당'의 일부>

차의 고향 지리산 화개동천!
삼신동(三神洞)의 신화가 살아 있는 곳!
호중별유천지(壺中別有天地) 화개동천!

이 화개동천에 신선 같은 차시인(茶詩人)이 살고 있지요.
호중별유천지 문덕산(文德山) 구폭동(九爆洞)!
작은 오두막집 한 채 이름하여 '달빛초당'이라고 하네요.
아울러 '다선초당(茶仙草堂)'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답니다.

문덕산은 화개동천을 끼고 있는 황장산의 한 자락입니다.
차시인이 다산(茶山)으로 가꾸어 다농사를 짓고 있지요.
길이가 55미터인 은하폭포 등 아홉 폭포가 숨어 있답니다.
그래서 문덕산 구폭동이라 일컫지요.

'달빛초당'은 화개동천 출신 차시인의 귀거래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차시인은 20년 도회지 생활을 접고, 문덕산 구폭동에 찾아들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언 7년 반, 문덕산 구폭동에서 지내고 있지요.

달빛초당에서 차시인은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한나절은 시를 쓰고.
한나절은 차를 따며
그낭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한나절은 시를 쓰고, 한나절은 차를 따며 신선처럼 사는 차시인이 누구일까요?
'신동다송(新東茶頌)'을 펴낸 김필곤 시인입니다.
아호는 한냇물, 碧沙(벽사)로 이곳 화개동천 토박이이지요.
6.25 전쟁으로 학교(신흥 왕성초등학교)가 불타고 없어 쌍계사에서 입학식을 갖고,
3학년이 될 때까지 스님들이 차를 따는 것을 도왔다고 하지 않던가요!

김필곤님은 '시문학', '시조문학'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입니다.
시집 <이름 없는 풀잎 되어> <섬진강 강물 먹고>외 1권, 시조집 <산노루 같은 봄이 오면>, <달빛차 끓이면서>, <돌탕관에 차 끓이며> 외 5권이 있습니다.
또 차 관련 저서로 <신동다송>과 <한국인의 차와 선> 등도 있네요.

김필곤님은 차전문 계간지 <茶心> 편집주간과 동다문화연구소장, 부산불교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달빛차회' 회장으로 화개동천에 '차나무 사랑비'를 세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는 7년 전 어느날 홀연히 화개동천 호중별유천지로 거처를 옮겨왔습니다.

"碧沙거사는 시차불이(詩茶不二)의 풍류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화개동천 문덕산 기슭으로 거처를 옮겼다. 생계가 달린 직장도, 차문화 진흥을 위해 펴내던 다도잡지도, 활동이 눈부시던 단체도 다 팽개치고, '자연마음 자연생활'이란 귀거래사를 낭랑히 읊으며 '다산중(茶山中)'으로 들어간 것이다."(다도인 김명지)

'신동다송'의 김필곤 시인이 화개동천에 '달빛초당'을 세우고 차농부로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필자가 전해 들은 것은 꽤 오래 전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달빛초당'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아야지 하고 벼르기만 하다가 이번에야 처음으로 그를 만나러 간 것이예요.

화개동천을 줄곧 들락거린 내가 지난 7년여 동안 '달빛초당'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어째서 모르고 지냈을까요?
그 사이 산행 쪽에 관심을 두고 단체로 어울려 다닌 잘못도 있습니다.
하지만 '달빛초당' 또한 절묘한 곳에 자리, 전혀 눈에 띄지 않았었지요.

달빛초당이 얼마나 절묘한 곳에 자리를 하고 있는지!
달빛초당에 가보지 않은 이는 짐작조차 못 할 거예요.

'다선초당 청동화로
차가 절절 끓을 제면

벽로다천 돌샘물은
칠언절구로 돋아난다

물소리
난밭에 들어가
난초꽃도 피어난다.'
               <김필곤 / '문덕산 달빛초당'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