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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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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의 족적은 판소리 <가루지기 타령>에 담겨 있습니다. 신재효(申在孝)가 개작한 판소리 6마당 가운데 하나가 이 <가루지기 타령>입니다. <변강쇠 타령> 또는 한역하여 <횡부가(橫負歌)>라고도 하지요.
<가루지기>란 서민이 죽으면 시체를 거적으로 말아 지고 가기 때문에 붙인 송장이라는 뜻이에요.
<가루지기 타령>은 왕성한 정력을 자랑하던 변강쇠가 장승을 패어 때다가 벌을 받아 가루지기 신세로 저승길로 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답니다.

[...외모는 아름다우나 남편과 뭇 남정네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여 30리 안에 15살 이상 남정네의 씨를 말리게 한 천하의 음녀인 서도의 계집 옹녀(雍女)가 동네에서 쫓겨나 '남남(南男)'을 찾아 남쪽으로 갑니다.
변강쇠는 남도(南道)에서 살면서 원래 빌어먹었고, 우물에 똥을 누거나 임신한 부인의 배를 차거나 호박에 말뚝을 박는 등의 몹쓸짓만 골라하던 잡놈으로 동네에서 쫓겨나 '북녀(北女)'를 찾아 북쪽으로 갑니다.

변강쇠는 개성 서북의 청석동이라는 골짜기에서 혼자 지나가는 옹녀를 보자 수작을 걸어 바위 위에서 세번씩이나 일을 벌입니다.
그리하여 곧장 옹녀와 함께 살게 된 강쇠는 일은 하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그 짓만 합니다. 그는 뭇사내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옹녀의 음기를 충족시켜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도무지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들을 쫓아냅니다.
그래서 옹녀와 강쇠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옮겨가는 곳이 지리산이지요.

지리산에 들어가 살면서 변강쇠는 옹녀의 성화에 못 이겨 태어난 뒤 처음으로 나무를 하러 갑니다. 하지만 그는 실컷 낮잠만 자고 별이 총총한 밤에 일어나 죄없는 장승을 빼어가지고 와서는 도끼로 잘라 불을 지폈지요.
8도의 장승들이 변강쇠를 가만 놔둘 리가 없지요.
변강쇠는 49일 동안 장승들의 문초에 시달리며 동티가 나서 앓다가 장승처럼 뻣뻣이 선 채로 죽게 됩니다.

하지만 제 혼자 곱게 갈 변강쇠가 아니지요. 그는 옹녀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이런 협박이었지요.
"열살 전 아이라도 명색이 사나이란 것이 자네 몸에 손을 대거나 집 근처에 얼씬하면 즉각 급살할 것이다."
그러나 옹녀는 타고난 호색을 참을 수 없는 데다 험악한 송장을 치우려고 치상만 해주면 같이 살겠다고 남자들을 꼬드겼어요.
그러자 중, 초라니, 풍각쟁이들이 서로 덤벼들다가 줄줄이 송장 신세가 되고 말았답니다.
결국 각설이패, 마종꾼들이 송장 여덟을 나누어 가로 지고 북망산으로 찾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가루지기 타령>에서 다시 지금의 현실로 돌아와 볼까요.
전북 남원시 홈페이지에는 '테마관광' 안내 사이트가 있고, 그 가운데는 '변강쇠 옹녀 관광'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변강쇠와 옹녀 관광'이 남원시가 공식으로 추천하는 테마 관광의 하나인 것이지요.
남원시는 이 안내 사이트에서 <가루지기 타령> 곧 <변강쇠 타령>의 발상지가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백장암계곡이라고 주장합니다.

변강쇠와 옹녀가 놀던 곳으로 전해지는 백장암계곡에는 옹녀탕과 변강쇠가 기력을 보충했다는 득독골 등 설화 속의 무대가 있다는 얘기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남녀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 바위를 긁어 낸 가루를 먹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근원바위, 아기를 태어나게 한다는 수태바위 등 재미있는 바위들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월에서 실상사를 잇는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들면 산내면사무소 소재지 조금 못 미친 대정리가 있고, 백장암으로 오르는 갈림길 입구를 보게 됩니다. 이곳이 백장암계곡 입구이기도 합니다.

또 여기에는 변강쇠와 옹녀, 8도 장승 등의 갖가지 모습들을 형상화해놓은 쌈지공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1998년 남원문화원이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것이지요.
장승을 장작으로 패 태운 변강쇠에게 보복하기 위해 전국 8도의 장승들이 모여 회의를 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란 거에요.
벌써 6년 전에 이 쌈지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에서 남원시의 변강쇠와 옹녀 연고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겠네요.
  • ?
    솔메 2004.07.01 12:02
    백장암 진입로 부근 길가에 있는 장승지대가
    남원시에서 발빠르게 조성한 바로 그곳이로군요.
    신재효 선생이 정리한 판소리 6마당 중에
    유독
    들어보지 못한 '가루지기타령'이 궁금천만입니다.
  • ?
    김용규 2004.08.16 20:51
    판소리 가루지기 타령의 주인공으로 변강쇠, 옹녀가 등장하고 다들 무관심속에 버려두고 있다가 영화 (변강쇠)로 인하여 강한 남성의 대명사로 변강쇠란 존재가 새로이 부각되자 남원에서 억지로 합리화하여 명명한 것이지요. 춘향전의 무대가 남원이라는 뚜렷한 지명이 언급된것처럼 변강쇠전도 뚜렷이 지명이 언급(함양장승, 등구, 마천: 현재에도 분명히 실존하는 지명)되고 있는데 이미 세인들에게 이미지화 된것을 손쉽게 상업화 하려는 오염된 생각이 문제이지요. 인터넷에서 (변강쇠: 성두본참조)쉽게 원본을 다운받을수 있거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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