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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18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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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주택이든 빈집으로 비워두면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요.
지붕이나 벽체가 썩거나 상하고, 벌레들이 진을 치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산' 현판을 달게 된 캐빈이 그랬어요.

조금 떨어져서 보면, 숲속에 자리한 아주 멋진, 그림처럼 아름다운 목조주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천정과 벽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으로 하늘과 숲이 내다보이는 것이었어요.

그 오두막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왕시루봉, 그 높은 인휴대까지는 어떤 짐도 등짐으로 나르는 수밖에 없었어요. 도로에서 도보로 3시간이나 걸리는 길, 그냥 오르기에도 힘이 드는데, 그 누가 집을 수리할 짐을 지고 나를 것인가, 참으로 그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이언트' 이광전님의 '광희장'은 개인 오두막인 때문에 집 수선이 빨리 이루어졌는지 몰랐습니다.
주말마다 부부가 함께 짐을 져다 날랐고, 젊은 후배 산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짐 나르기를 도와주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산악회 오두막'이었습니다.
회원 숫자가 수백명이어서 힘을 모으기도 좋고, 짐을 나르기도 수월할 듯했어요.
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냥 한번 이용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집 수선에 힘을 보탤 사람이란 의외로 찾기가 어려웠지요.
도로가 없는 곳, 3시간을 걸어올라야 하는 산꼭대기라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어요.
1992년 한여름철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산' 산악회원 몇 사람이 오두막 손질 문제도 알아볼 겸 인휴대를 찾았지요.
때마침 '광희장'에 전달할 짐이 있어 그것을 함께 져다 날라주었습니다.

'광희장'에서 고맙다며 막걸리 파티를 베풀어 주었어요.
30대 초반의 아주 미남자인  L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들의 산' 오두막에서 낮잠 한숨을 자고 오겠다며 혼자 나갔어요.
그런데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L기자는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이 되어 허겁지겁 '광희장'으로 되돌아온 거에요.

"귀, 귀신 나왔어요! 여, 여자 귀신!"
8월 염천의 펄펄 끓는 태양이 중천에 걸려 있는 백주에 귀신이라니,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인가?
이광전님이 가만 있지 않았다. L기자의 옷깃을 잡아끌며 이렇게 말했어요.
"그 귀신 잡아 동물원에 기증하자!"
"난 못 가요, 난 싫어요!"
그는 두 손을 내저으며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경과한 뒤 L기자가 털어놓은 얘기는 이러했어요.

L기자가 '우리들의 산' 오두막 1층 침상에 누워 막 잠이 들려는데, 문이 들커덕 열리면서 세 아가씨가 재잘재잘 떠들면서 들어왔다는 거에요.
웬 아가씨들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다니!
그는 야단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워낙 날씬한 8등신 미인들이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군요.

"아이구 졸립다, 한숨 자자!"
두 아가씨는 그렇게 말하며 다락방으로 올라갔는데, 나머지 한 아가씨는 L기자가 누워 있는 침상으로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아저씨! 나랑 함께 자요!"
그러면서 그의 가슴팍으로 파고들더라는 거에요.

"아니, 아무리 막 가는 세상이지만, 이럴 수가 있나!"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뿌리쳤다는 군요.
"깔깔깔, 재미들 보시더라구, 깔깔!"
2층 다락에선 두 아가씨가 머리를 내밀고 킬킬거렸다네요.
그는 얼굴이 화끈거려 도무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L기자는 그녀를 냅다 밀어내면서 벌떡 일어섰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가슴팍으로 파고들던 그녀도, 2층 다락의 아가씨들도 간 곳이 없지 않겠는가.
순식간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군요.
"귀신이다, 귀신!"
L기자는 정신없이 그곳을 뛰쳐나와 '광희장'으로 달려온 것이랍니다.
  • ?
    허허바다 2004.04.16 23:12
    L기자 일장춘몽에 빠지신거겠죠^^* 예? 꿈이 아니고 정말이었다구요? 저 같으면 얼씨구나 좋~다~ 했을텐데... 왜 뿌리치셨을까? 음...
  • ?
    솔메 2004.04.20 15:44
    인휴대는 백주 대낮의 '귀신이야그'마저 낭만의 일단으로 장식되는군요.
    결과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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