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곤의 '신동다송(新東茶頌)'(1)

by 최화수 posted Jun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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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얘기할 때 화개동천의 녹차를 빼놓을 수 없지요.
화개녹차를 말할 때 흔히들 초의(草衣)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을 들먹입니다.
'동다송'은 무엇을 노래하는 것일까요?

'동다송'의 '동다(東茶)'란 곧 '우리나라의 차'를 일컫습니다.
우리나라는 명산(明山)이 높이 솟고 명천(明川)이 창창히 흘러 아득한 옛날부터 신령스러운 차나무가 많이 야생하고 있었답니다.

다성(茶聖) 초의선사도 "동다(우리나라의 차)는 맛에 있어서, 향기에 있어서, 그리고 또한 약리적인 효능에 있어서 중국의 육안이나 몽산차보다 더욱 훌륭하다"고 극찬을 했었지요.

'동다송'은 68행의 장편 7언 고시체 송시(頌詩)입니다.
연산 원년(1495년)에 이목(寒齋 李穆)선생이 저술한 '다부(茶賦)'가 차의 예찬서이자, 차생활을 통한 수신구도의 자계서(自誡書)라면, 헌종 3년(1837년)에 저술한 '동다송'은 차나무를 비롯한 차 전반의 교과적 안내서입니다.
차고전과 경서를 섭렵한 저술이 '다부'이지만, '동다송'은 당시까지의 고전을 망라하여 찬집된 우리 차고전의 백미(白眉)로 평가되지요.

'동다송'의 송시 내용은 ① 생장 개화 ② 꽃과 싹 ③ 고사 ④ 제다 ⑤ 제품 ⑥ 동다 실황 ⑦ 동다 진수 ⑧ 동다 송찬 ⑨ 동다 선의 9송(九頌)으로 짜여 있답니다.
차에 관한 고전이 많으나, '다부', '다신전(茶神傳)', '동다송'의 3권을 통해서 우리 차에 입문하는 길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초의선사는 '동다송'이란 이름으로 우리 차를 찬미했었지요.
그로부터 152년의 세월이 더 흐른 1989년 초가을입니다.
시조시인 김필곤님이 '신동다송(新東茶頌)'을 노래합니다.

야생차가 많은 지리산 화개동천 본고장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차를 마셔온 김필곤님!
당시 그이는 차 전문 계간지 '다심(茶心)'의 편집주간으로 부산에서 차문화 생활 전파의 큰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신동다송' 등을 한 권의 책에 담아 펴낸 것도 우리 차의 고귀함, 우리 차의 아름다움, 우리 차의 즐거움과 덕스러움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전략)
아, 백의민족
빛의 영광 동녘 나라

맑은 하늘
밝은 바람
고운 이슬로
깨끗한 풀과 나무 자라고 있다.

명천(明川)은 일찍이
명산(明山)을 적시우고

영산(靈山)은 옛적부터
영목(靈木)을 길렀으니

뜻은 솔보다
몇 갑절 더 푸르고

절개는 대보다
오히려 더 곧아

윤택한 잎과
벽옥의 줄기로
천둥 번개 이기고
눈보라 견디어
언제나 풋풋한 작설차나무여!'

'신동다송'의 도입 부분입니다.

김필곤님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기록은 사대주의 사고방식의 소산이라고 단정합니다.

그 이전부터 지리산에는 차가 자생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리 고유의 차, 고귀한 품격의 동다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