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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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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섬 들어가는 큰 종을 보소서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오
어떻게 해야만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선생 시비에 씌어 있는 글입니다. 그이가 예순한 살 때 이곳에 들어와 산천재를 짓고 시냇가 정자에 써붙였다는 시입니다.
지리산으로 귀의한 남명의 마음은 그이의 다음과 같은 시에도 잘 담겨 있어요.

'봄산 어느 곳엔들 향기로운 풀 없으리오만
다만 천왕봉이 상제와 사는 곳에 가까이 있는 것을 사랑해서라네
빈손으로 돌아와 무얼 먹고 살 것인가
은하수 같은 맑은물 십리에 흐르니 먹고도 남겠네'

한여름철에 남명기념관에서 열리는 '남명선비문화축제'는 문화관광부 선정 지역문화축제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생의 문하생 곽재우 정인홍 등 50여명이 의병으로 나선 것을 재현한 의병출정식으로 축제의 막이 오르는 것도 특징의 하나이지요.
또한 축제 참관자들이 선비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도 다채롭게 이어집니다.

남명의 가르침은 '경의(敬義)'로 요약됩니다.
경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바깥을 바르게 한다는 것이지요.
남명은 자신이 차고 다니던 칼에 "안에서 밝히는 것은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은 의다'는 명을 새겼다고 합니다.
그이의 문하생들이 어찌하여 왜구 침입에 분연히 일어서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산천재 맞은편 2990평의 드넓은 부지에 54억원을 들여 세운 남명기념관에는 남명 유물 유품 전시관과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어요.
이 기념관 옆에 4000평의 선비체험공원도 만들고 있고, 남명과 문하생들의 비석 200여기를 세우는 '비림(碑林)' 조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명기념관은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남명정신을 이어받도록 침식이 가능한 수련동을 건립할 것도 검토중이라더군요.
옛 선비들이 공부했던 산천재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시간을 함께 하는 것도 뜻이 깊을 것입니다.
남명기념관에서 수련회를 열어 남명이 가르친 '경의'의 참뜻을 깨우친다면 의미가 남다를 수도 있겠네요.

남명기념관이 건립된 것에 이어 속속 관련 시설이 들어서 남명을 기리거나 재조명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입니다.
남명학에 대한 연구도 더욱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지리산 방문객들이 남명기념관을 찾아 잠시라도 그이의 정신이나 체취를 더듬어 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습니다.

하지만 남명기념관과 관련 시설물을 건립하는 그 한편으로 안타까운 일도 있습니다.
산천재로 들어오는 덕천강 벼랑길 위의 입덕문(入德門) 표지석이 도로확장 공사로 또한번 옮겨지는 수난을 겪은 것이에요.
남명 선생이 지리산에 귀의하며 명명했던 유서 깊은 자연 석문(石門), 그러나 그것이 도로 개설로 허물어지고, 지금 또다시 도로 확장 공사로 그 표지석마저 밀려나는 수난입니다.

남명 선생을 기리는 것이 대규모 기념관 건립으로 죄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기념관이나 비림(碑林)과 같은 시설물도 물론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이의 체취가 서려 있는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라도 옛모습 그대로 잘 보전하는 것이 더 소중하지 않을는지요.
덕천강 벼랑의 입덕문, 탁영대(濯纓臺), 덕암(德岩) 등에 대한 관심이 새로워졌으면 합니다.
  • ?
    솔메 2004.12.20 16:27
    입덕문, 탁영대(濯纓臺), 덕암(德岩)....
    그 명칭에서도 고결한 선비의 덕망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 세상의 때가 절은 갓끈을 씻다.....'
  • ?
    산유화 2004.12.21 09:49
    크고 웅장한 시설물이나 기념물도 좋지만
    옛모습 그대로를 귀하게 여기고 보존하는 노력이 아쉽습니다.
  • ?
    김용규 2004.12.22 10:18
    물질문화에 젖어서 정신이 타락해 가는 현 사회에서 선비 정신의 고고한 문화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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