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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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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복을 주며 현세에 살기좋은 조선의 3대 명당 가운데 하나라는 구례 오미동, 그 중심에 운조루가 자리하지요.
하지만 운조루 터는 원래 산자락에 자리잡아 사태의 위험이 있는데다 고인돌마저 널려 있어 이곳 사람들은 개간을 꺼려했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 집터를 닦은 유이주의 안목이 놀랍다고 하겠네요.

운조루가 천하의 명당으로 믿을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집을 착공하자마자 정권이 바뀌면서 유이주는 바로 사면이 되어 정삼품인 오위장에 발탁된 것이에요.
그는 함흥에 부임한 이듬해 상주영장을 거쳐 1782년 평안도 용천부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1776년 9월16일 상량식을 가졌던 운조루는 6년만인 1782년 완공했다는 군요.

유이주는 용천부사 등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집을 짓는 일은 조카인 유덕호가 맡아서 했습니다.
물론 설계는 유이주가 직접 했는데, 털끝만큼도 차이가 없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는 군요.
유덕호는 34세 때 유이주의 양자로 입적, 재산을 물려받아 운조루의 2대 주인이 됩니다.
유덕호에게는 서자 뿐이었으므로, 그의 친동생 유억이 3대 주인으로 대를 잇게 되고...

운조루의 역대 주인들 가운데 유이주 다음으로 5대 유제양(柳濟陽), 7대 유형업(柳瑩業)이 주목을 받습니다.
유제양은 여섯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에 할아버지를 여의어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답니다.
그는 숙부인 택선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독서에 열중했어요.
유제양은 77살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무려 1만여편의 시(詩)를 썼다는 군요.
그는 특히 아버지가 타계한 해인 1851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죽도록 일기를 써서 '시언(是言)'이란 기록을 남겼답니다.

매천 황현 등과 폭넓은 교류를 했던 유제양은 농사일기, 동 향학, 면 향학 등 많은 기록을 남겼답니다.
유제양의 또다른 공로는 큰아들이자 운조루 6대인 영환(永桓)이 일찍 죽자 손자인 7대 형업에게도 일기를 쓰도록 지도한 것이지요.
일곱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형업은 열세살 때인 1898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1937년까지 무려 40여년간의 일기를 남겼답니다.

유형업의 일기는 '기어(記語)'란 이름으로 써졌는데, 할아버지가 시를 많이 썼던 것과는 달리 일상생활을 상세하게 적었어요.
구한말과 일본 식민지 시절의 사회변화와 풍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지요.
대한제국의 패망과 3.1만세사건, 지적측량, 신식학교 제도 등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지요.
그의 일기를 통해 금환락지를 찾아 몰려오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고 합니다.

운조루는 조선시대 대군들이 지을 수 있는 칸수 60칸을 넘겨 99칸을 지었기 때문에 다른 흑심이 있는 집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군요.
운조루 사랑채에는 '이산루(二山樓)', '족한정(足閒亭)', '운조루', '기만화(歸萬窩)' 등의 현판이 걸려 있지요.
아랫사랑채에도 누마루가 있고, 이곳을 '귀래정(歸來亭)'이라 부릅니다. 아래사랑채는 '농월헌(弄月軒)'으로 부르기도 했어요.

운조루는 중요민속자료 8호입니다.
이 전통가옥에서 눈여겨볼 명물들이 또 있답니다.
국내에 단 한 그루밖에 없는, 위나라에서 들여왔다는 수령 200년의 위석류나무가 눈길을 끌게 합니다.
또 하나는 목독(나무 쌀독)입니다. 아래쪽 구멍 마개에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 큰 전통가옥이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는 까닭을 거기서 찾을 수 있답니다.

  • ?
    섬호정 2004.10.27 12:16
    명당 집터의 주인공! 유이주, 정권이 바귀고 사면이 되어 승승장구한 그 의 선견지명이 놀랍군요 고인돌 역시 고대의 명장들의 무덤으로 명당인 셈이니, 선조들에게서 배울점 그 유산에서 다시 익힙니다 늘 귀한 소재로 역사를 다시 열어 보는 기쁨을 주십니다 안녕하시지요 합장
  • ?
    솔메 2004.10.28 17:07
    나무쌀독 아랫부분에 있는 '타인능해'라는 글귀가 퍽 이채롭습니다.
    굶주리던 이웃들을 위한 '나눔의 정신'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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