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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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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에선 보기 드문 99칸(현재는 73칸) 규모에 조선시대 선비의 품격을 상징하는 품자형(品字型) 구조로 지어진 '운조루(雲鳥樓)'!
그 이름에서부터 멋스러움이 넘쳐나네요.
운조루란 '구름 속의 새', '구름 위를 나르는 새가 머무는 곳'이란 뜻인데, 중국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에서 따온 것이지요.

雲無心而出岫(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새들은 날기에 지쳐 둥지로 돌아오네)

실제 운조루의 누마루 난간 투각 문양은 구름으로, 세로 기둥의 양각 문양은 새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운조루가 있는 오미동은 원래 백동(白洞)이라 부르던 곳입니다.
풍수상으로 이 집터는 앵무새가 버드나무에 둥지를 튼 형국으로 유지앵소(柳枝鶯巢)라고도 하고, 돌거북이 출토되었다고 하여 금귀몰니(金龜沒泥) 형세라고도 합니다.
이 집터를 풍수지리적으로 살펴보면 그 얘기가 너무 길어집니다. 그냥 조선 3대 명당마을에다 유지앵소, 금귀몰니의 명당터로 생각해도 좋겠네요.

거북은 본디 하늘에 사는 영물이라고 했습니다.
하늘거북은 기를 잘 합해 사물을 만드는 힘이 있고,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이 천귀(天龜)가 진흙탕 속에 빠지면 토생금(土生金)하여 더욱 힘을 낸다는 거에요.
흙이 땅속으로부터 오행의 기를 모아 사물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집자리도 좋다는 것입니다.

유이주가 이곳에 집자리를 닦을 때 거북처럼 생긴 돌이 나와 금귀몰니가 분명하다고 본 거에요.
이 집에서는 그 금거북이 부엌자리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부엌바닥을 절대로 밖으로 쓸어내지 않는다네요. 부엌바닥이 울퉁불퉁해도 그대로 두고, 몇년에 걸쳐 한번 흙으로 메워줄 뿐이라고 합니다.

집을 앉힐 때 이 집은 부엌자리에 안방을 배치해야 할 구조였어요.
하지만 거북 자리에 안방을 두어 온돌불을 때면 거북이 말라죽는다고 하여 안방을 오른쪽으로 돌렸답니다.
그리고 거북 자리를 맨땅 부엌으로 만들었고, 또 늘 습기가 있도록 하여 거북의 생명을 이어가게 한다는 거에요.

운조루를 세운 주인공은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라고 했습니다.
1776년 오미동의 돌밭을 일궈 운조루의 집터를 닦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는 군요.
"하늘이 이 땅을 아껴두었던 것으로 비밀스럽게 나를 기다린 것이다!"
유이주는 이곳 들판 이름인 '구만들(九萬坪)'의 지명을 따서 호를 귀만(歸萬)이라 했고, 그의 집을 '귀만와(歸萬窩)'라고도 불렀어요. 그러나 전체를 일러 '운조루'라고 하지요.

1726년 대구에서 태어난 유이주는 힘이 장사였습니다.
그는 과거시험을 보러 가다 문경새재에서 호랑이와 맞닥뜨렸다는군요.
그는 호랑이를 채찍으로 쳐 잡았는데, 가죽은 영조대왕에게 바치고, 뼈는 훗날 운조루 대문에 걸어두었다는 군요.
엄나무를 대문 위에 걸어두면 잡귀를 막고, 문패를 밤나무로 하면 도둑이 들지 못한다고들 말하지요.
운조루 호랑이뼈는 두둑을 맞아 현재는 말머리 뼈로 대신하고 있다네요.

스물여덟 나이에 무과에 급제한 유이주는 훗날 낙안군수가 되었으나 금주령을 위반한 죄목으로 삼수로 유배되었다가 이듬해 풀려나 가족과 함께 구례로 오게 됩니다.
그는 구례로 몸을 피해 살던 시기인 1775년 조카인 덕호를 이 지방 토호 이시화(李時華)의 딸과 성혼을 시켰습니다.
유이주는 그래서 구례 토호와 사돈간이 된 것이지요.
운조루의 명당 터는 원래 이시화의 소유였는데, 기증을 받은 것이라 합니다.
  • ?
    솔메 2004.10.26 15:47
    금환낙지혈의 운조루에 얽힌 유래를 깊이 새겨듣습니다.
    사돈에게서 기증받아 그 터에 맞는 방과 부억을 배치한 선조들의
    치밀한 슬기가 눈에 번쩍 들어옵니다.
    雲中半月혈의 부안구름터 뒷마을이 '구장골'인데
    그곳도 金龜沒泥혈의 명당이라서 '龜藏골'이라 한다는군요.
    터에 얽힌 유래를 찾아 그 뜻을 헤아린다는 것이 참으로
    의미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
    섬호정 2004.10.27 12:24
    아하, 문경새재에서 과거보러가던 선비의 호랑이 잡은 신화의 주인공이 바로 운주루의 주인공 유이주시라... 오브넷 지리마당님들 글에서 새롭게 알았습니다. 여산님, 솔매님. 이토록 史譚 속에서 역사를 캐어 내어 금광보다 더 값진 교훈을 전해 줍니다. * 여산선생님,오두막 한채 사연 늘 궁금합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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