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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62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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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노고단을 10년만에 다시 찾은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노고단의 달라진 모습에 크게 놀랄 것이에요.
사람의 발길에 의해 극심하게 피폐했던 노고단의 자연생태계가 지금은 거의 복원을 한 때문이지요.

지난 1980년대 이래 레저 붐과 함께 노고단은 인파, 특히 야영객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었지요.
그보다 앞선 1960년대에는 노고단 정상에 통신부대까지 자리했습니다.
무분별한 취사와 야영 등으로 해마다 엄청난 자연생태계가 잠식되기도 했어요.
노고단, 세석고원, 제석봉 등의 자연생태계 훼손 실상은 참으로 심각했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의뢰를 받은 한국환경생태학회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 158억원을 들여 3단계로 이들 훼손된 생태계 복원작업에 나섰지요.
세석고원도 노고단도 놀라운 변신을 했어요.
그러나 이는 겉모습일 뿐 실재 생태계가 완전하게 회복하는 데는 앞으로 수십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하는군요.

한여름철의 노고단은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국내 최대 군락의 원추리를 비롯하여 갈퀴나물, 구절초, 노루오줌, 눈괴불주머니, 닭의장풀, 패랭이꽃, 하늘말나리 등 120여종의 야생식물이 저마다 이쁜 모습을 뽐내니까요.
그 유명한 운해(雲海)가 야생화 천국을 환상적으로 드러내거나 감추기도 합니다.

요즘은 겨울 한철을 빼고는 주말 휴일 가릴 것 없이 각급학교 학생들이 노고단을 찾고 있더군요.
이들은 지리산의 산세나 노고단의 자연생태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겠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노고단에서 또 익혀야 할 것이 있으니, 이곳에 담겨 있는 역사의 자취들입니다.

노고단은 자연 생태계 못지않게 그 역사도 복원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 역사적인 사실을 기리는 기념물이나 조형물이라도 세워야 할 것이에요.
노고단은 '지리산지신'이란 위패를 모신 남악사(南岳祠)가 예부터 자리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지리산신제는 천왕봉에서 지냈다는데, 고려 때부터 노고단으로 옮겨서 거행했다는 군요.

남악사는 조선시대 들어 산 아래 좌사리 당동 등으로 옮겨졌는데, 매년 봄 가을과 설날에 제사를 올렸습니다. 또한 나라에서 재난이 있을 때마다 제를 올리기도 했었어요.
근세 들어 1908년 일제가 이를 철폐했는데, 1969년 화엄사 지장암 앞에 10여평 규모로 새로 지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남악사제는 구례군민들이 전야제와 각종 민속행사를 곁들여 다채롭게 열고 있지요.

노고단은 또한 기독교 선교 유적지로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920년대 한국에 나와 있던 미국 선교사들은 말라리아, 학질, 세균성 이질 등으로 그들의 자녀가 사망하는 등 풍토병으로 심각한 폐해를 입었지요.
그들은 서늘한 지리산 노고단에서 전염병 발병기를 피해야만 했습니다.

미국 남종로교 선교사 유진 벨 목사 등은 조선총독부 등과 교섭하여 노고단 토지를 임차하여 50여 채의 집과 교회를 지었던 것이에요.
이 시설물들은 전염병 피신처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의료봉사와 하계수련회장으로 활용되고, 중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을 초청하여 선교활동에 대한 토론을 하던 유서 깊은 곳이라는 군요.

이 선교유적지 시설은 1948년 여순병란 패잔병들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점거하는 등으로 결국 불타고 말았습니다.
근년에 노고단에는 당시 선교사들이 한국인들이 맨 가마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오르내렸다는 등으로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지요.
인근 주민들에 의해 그런 풍문이 나돈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다소간의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한국 기독교계는 지난해 2월 '지리산 유적지 보존위원회' 창립을 위한 발기인대회를 열고, 노고단과 왕시루봉에 흩어져 있는 선교유적지 복원사업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옛 모습 그대로의 복원은 할 수 없겠지만, 역사적 발자취를 기릴 기념조형물이라도 세우는 것도 좋겠네요. 역사는 어디까지나 역사로 보아야 하겠지요.
  • ?
    야생마 2005.06.02 13:35
    역사는 역사로 보야야겠지요.
    폐허된 노고단의 선교유적지 어떤 비판적 시각을 떠나
    어차피 지리산이 감싸안은 지리산의 역사라 여깁니다.
    지리산산신제 꼭 복원해서 한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
    오 해 봉 2005.06.02 23:11
    근세 우리의 애환이깃든 노고단의 모든게 복원되고 일정한 탐방로를따라
    자유롭게 관람하였으면 좋겠습니다,
    2주전에 올라가보고 정말로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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