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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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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 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2002년 지리산의 최대 경사(慶事)와 흉사(凶事)는 무엇일까요? 나는 그 두가지 모두 반달가슴곰과 관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 경사는 지난 10월 1,120미터 고지에서 6~7년생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야생 반달가슴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 사진은 2000년 진주mbc가 처음 반달가슴곰을 포착한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생태학적 가지가 높아요. 지리산 국립공원 반달가슴곰 관리팀장이 지난 10년간 야생 반달가슴곰을 추적해온 집념의 개가라고 하더군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본격적인 야생 반달가슴곰 조사를 위해 지난 5월 모두 2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팀장 한상훈박사)을 발족, 지난 5개월 동안 집념의 추적활동을 계속했다는 군요. 이 관리팀은 야생 반달가슴곰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 및 서식 흔적 등이 발견된 20개 길목에 열 감지 센서가 달린 무인카메라 20대를 설치하여 끈덕진 추적을 한 끝에 10월 말 드디어 촬영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촬영된 반달가슴곰은 2000년 mbc가 촬영한 곰보다 훨씬 큰 성수로 그 의미가 크답니다.

이번에 촬영한 반달가슴곰은 얼굴 전체의 윤곽이 뚜렷하고 각이 져 있어 6~7년생으로 추정되는데, 사람 나이로 친다면 30대로 체중이 100~120㎏일 것으로 보인다네요. 참고로 야생 반달가슴곰의 수명은 15~20년이고, 사육 곰은 30~35년이라고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지리산 야생 반달곰 개체수가 5마리 정도일 것으로 파악된다는 거예요. 촬영장소 주변에서 2~3살 짜리 어린 곰의 흔적도 발견됐고, 나무의 상처 등 흔적 조사를 했을 때 10㎝, 14㎝의 발톱 흔적도 나왔다고 해요. 곧 새끼가 태어날 가능성도 있답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은 물론 이것이 처음은 아니지요. 1996년 우두성님을 비롯한 구례 주민 70여명이 환경부 등의 권고로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란 순수민간단체를 결성하고, 지리산에 살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던 반달곰의 서식실태 조사에 나섰지요. 이들은 과거에 반달곰이 포획됐거나 목격된 지역을 탐문하고 조를 나누어 지리산 곳곳을 정밀조사 했답니다. 이들은 96년 10월14일 도토리를 따먹기 위해 나무에 오르내린 어미곰과 새끼곰의 생생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이 보존회는 지리산 서남부 일원에 5~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것을 확신하고 이들 곰을 살리기 위해 밀렵구 제거 활동과 밀렵예방 순찰 활등을 강화합니다. 이들이 제거한 밀렵구가 무려 600여개에 이른다니 놀랍습니다. 97년과 98년에는 이 단체가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 등의 환경단체를 초청하여 구례에서 반달곰 보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두 차례나 개최했지요. 이런 일련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2000년 11월29일 지리산 반달곰 실체가 진주mbc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거예요.

반달가슴곰의 서식 확인은 지리산의 자연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되고 있다는 아주 반가운 증거이기도 합니다. 특히 반달가슴곰은 호랑이와 함께 우리 민족의 영혼 속에 면면히 자리하고 있는 친근한 동물이지요. 국골을 비롯하여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의 전설이나 주민들과 빚어졌던 에피소드가 적지 않답니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복원 노력은 야생 반달곰 보호활동은 물론, 새끼 반달곰을 방사하게 됩니다. 2001년 9월8일 야생적응훈련을 마친 생후 7개월의 새끼 네마리가 목에 전파발신기를 매달고 방사하게 됐지요.

'장군', '반돌', '막내', '반순' 네 마리 가운데 '막내'가 등산객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등 자연적응에 실패, 자연으로 돌아갈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고 말았답니다. 나머지 세 마리는 자연적응에 성공한 듯했으나, 암컷인 '반순'이가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이 됐지요. 반순이의 죽음은 너무나 비극적이었답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내장이 잘려나가고 없었던 게지요. 반순이의 죽게 된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사체의 훼손에 인간 탐욕의 끔찍함을 보게 됩니다. 2002년 지리산의 가장 슬픈 소식이 바로 이 반순이의 주검이었어요.

지리산 야생 적응에 성공한 '장군'과 '반돌'은 현재 겨울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오늘자 연합통신 뉴스가 나왔습니다. 지리산 야생 반달곰의 실체 촬영과 방사 반달곰의 주검은 2002년 지리산 최고 경사와 흉사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이 반달가슴곰과 지리산 매니아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골이 패이고 있답니다. 반달가슴곰 때문에 지리산 산행이 엄청난 규제를 받는 때문이지요. 야생반달가슴곰 발견의 기쁜 소식마저 아주 '골치 아픈 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답니다. 지리산 반달곰 그 좌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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